보통의 가족이 보여주는 살고자 하는 처절한 몸부림
허진호 감독이 9번째 장편영화로 돌아왔다.
홍보를 위해 열심히 돌아다니신다.
이런 경우를 본적 없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알겠더라.
잘 나왔다.
1. 줄거리
참혹한 가족의 비극을 다룬 이야기는 수없이 많다. 지금도 TV를 틀면 나오는 것이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 영화가 반가운건 한국의 부유층 부모들의 이기심과 자녀들에 투영된 자기 욕망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드러내 보여준다는 데 있다. 설경구는 돈만 주면 어떤 변호라도 해주는 속물 변호사고 족히 스무살 정도 차이가 나는 아내 수현이 있다. 파노라마 한강뷰에 가정부를 고용해 살아가며 사별한 부인에게서 낳은 고3딸과 뉴와이프 수현이 낳아준 갓난아이와 함께 살아간다.
장동건은 소아과 의사다. 의사로서 자기 신념이 투절하고 직업적 소명이 투철한 가장이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고 그의 아내가 바로 김희애. 직업은 구체적으로 모르겠지만 일보다는 애를 보고 시어머니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는 모습 위주로 비춰진다. 그래도 동건이 너무 좋은 남편이라 잘 버티고 살아가는, 물론 그들에겐 고3 아들이 하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도로 한복판에서 보복 운전을 통한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설경구가 가해자의 변호를 맡게 되는데 하필 그 현장에서 겨우 목숨부지한 사망자의 딸이 장동건의 병원에 입원하게 된 것이었다. 며칠 뒤 설경구가 동건과 가족 식사를 잡았던 건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는 명목과 더불어 그에게 아이의 어머니를 합으로 이르게 설득 시켜달라는 목적도 있었지만 동건은 화를 내며 자긴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선을 긋는다. 물론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낼 생각도 없다고 못을 박는다. 그렇게 두 가정은 헤어지게 되는데
부모들이 식사를 하는 사이, 두 자녀는 파티장에서 술을 진탕 먹고 우연히 마주친 노숙자를 폭행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노숙자는 그 일로 중환자실에 입원해 아사지경이고 두 아이는 이를 모른척 하고 있다. 하지만 CCTV에 찍힌 영상이 언론사를 통해 퍼지며 사건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2. 가족의 비극
이 영화는 상황에 따라 다변하는 인간의 감정과 태도를 보여준다. 한 인간이 아무리 원리 원칙대로 살아가고자 해도 처한 상황에 따라 평생을 지켜온 신념이 흔들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옳은 신념이든 악한 신념이든 상관없이 인간은 변하게 되어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설경구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 때문에 일을 묻어버리려고 하지만 마지막에 피해자가 죽고 딸아이의 진짜 속마음을 알게되면서 태도가 완전히 변하고 장동건은 처음엔 원리 원칙대로 아들을 자수 시키려고 했지만 결국 사람을 죽여서라도 아들의 인생을 지키려는 아버지로 변하고 만다. 두 사람은 완전히 반대의 방향에 서있게 되며 영화는 끝이 난다.
3. 죄많은 아이
죄의 근원은 아이들에게서 시작됐다. 억압적인 가정 분위기 대학만 가면 모든 일이 다 잘 해결될거라는 기회주의적 신념이 아이들을 스트레스 받게 하고 궁지로 몰고 결국 술을 먹고 폭행으로 까지 이어지게 만든 것이었다. 그들이 폭행을 저질렀지만 어떻게 보면 이것은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낸 어두운 그림자 이기도 한것 같다.
4. 계급화
재미있는 장면이 나온다. 설경구의 딸이 공부를 잘해 장돈건의 아들에게 과외를 해주러 오는 것이다. 김희애는 딸아이에게 고맙다며 의료 봉사활동을 했자는 상장과 증서를 위조해 넘겨준다. 딱봐도 조국 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보였다. 김희애의 사소한 불법의 행위가 결국 어떤 파국을 일으키는지 자신들이 가진 권력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용해 부를 대물림 하는지, 이것이 현대 사회의 기득권들이 보여주는 파렴치한 행동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실제로 조민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유튜브를 하고 인플루언서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5. 아쉬운 연기
설경구는 다작 배우시라 늘 하던대로 잘 했고, 수연은 자신의 연기력을 드러내어 제대로 보여줄 만한 기회였음에도 헛발질을 했으며, 장동건은 너무 오래 연기를 안하다 해서 그런지 몰라도 보는 내내 어색함을 감출 수 없었다. 특히 그의 광기 가득한 눈빛이 너무 부담 스러웠는데 엔닝 장면의 서프라이즈를 보며 설정은 아니었을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마지막 동건의 선택이 불가피한 느낌이 들게 연출했던 것으로 보아. 맥락과 의미상 장동건의 광기 눈빛은 맞지 않다. 즉 잘 못했다.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라 그렇게 변하는게 영화의 구조상 맞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김희애, 난 그녀 때문에 좀 지렸다. 설경구 처럼 늘 하던대로 했음이 맞는데, 대본 상에서 그녀가 보여줄 다양한 감정들 때문에 연기 보는 맛이 철철 넘쳐 흘렀다. 감사드린다.
가족의 민낯을 드러내는 사회 비평적 드라마
보통의 가족은 현대 한국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가족애, 계급, 도덕성 등 복잡한 주제를 다루며 관객들에게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일부 연기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예리하게 포착해낸 수작으로 평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