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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이와이 슌지 감독의 다큐, 이치가와 곤 이야기

     


이치가와 곤 (1915~2008)



 이와이 슌지의 신작 다큐멘터리 <이치가와 곤 이야기>를 다시 보았다. 첫 관람은 충무로국제영화제에서 였는데 생년이 2006년인 이 영화를 2008년 가을에 본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2010년이고 이와이 감독은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때문에 영화가 끝난 후 자칫 이치가와 곤이 현제 살아있는 사람으로 착각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08년 2월 초에 이치가와는 폐렴으로 사망했음을 분명히 한다. 그렇지 않다면 마치 릴리이가 아직도 살아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에테르에 대해 정말 아직도 수근거리며 일본가면 그녀의 앨범을 사겠다는 한국의 오타쿠들에게 거짓 환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말이다.


릴리이...........그렇다 순지는 <릴리슈슈의 모든것>에서 사용한 자막을 이용한 화법을 끌고 들어와 명상에 가까운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내었다. 하지만 그 조용함이 더욱 강렬하게 관객의 내면을 움직인다. 곤 영화의 자료화면과 마지막 현장활동 모습을 제외하면. 사람들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세로 글쓰기의 미학. 움직이는 사진 몇장 그리고 필름릴 돌아가는 효과음과 음악만으로 그런 감성을 만들어 내는 그는 역시 천재이다.

 

이치가와를 향해 이와이 감독이 수줍은 고백을 하듯 

그의 화법을 빌려 따라해 본다.  

 

 




이치가와를 알고있든 몰랐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단지 이와이의 신작을 본다는 설레임.

필름이 돌아가고.

내가 본 것은.

영화에 대한 열정과 삶의 유머

죽기 직전까지도 만들어지는 그의 영화.


부럽다. 

일본 영화역사가 부럽다.

곤은 죽지않고 90살을 넘긴 나이로 살아있었다.

줄담배를 피우는 현역감독.

미키마우스 그림이 그려진 신발을 신고

장난 스러운 미소로 현장을 진행시키는 거장.


나를 전율케한 그의 모습, 하나.

이치가와가 처음 에니메이션을 하기로 결심을 했던 그 표정.

 


이것은 흡사 지금 이와이의 다큐를 보는 내 표정.

내 얼굴을 보는 듯 한 어색함.

동일시.


나의 근원은 무엇이고 누구인가 하는 고민들이 시작된다.

이와이 처럼 나의 근원이 있는 것일까?

 

 


 필름이 돌고있는 순간 아!...이 영화는 디지베타지...어쨌건 테입이 돌고 있는 순간 너무 많이 울었다. 그건 거장의 힘들었던 영화 초년시절을 너무 덤덤하게 유머넘치게 그렸기 때문이다. 힘든 시절을 웃으면서 이야기 하는 사람들을 볼때 난 항상 가슴이 찡하다. 그리고 내가 처음 시작하는 영화일은 쉬운일이 아니라는 것도. 새삼 다시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잘난 평론가들이 써놓은 글을 읽으며 자신의 생각없이 그들의 생각대로 영화를 사유해온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함을....

 

전쟁, 가해국인 일본은 이런 정겹기 그지 없는 영화를 만들어 내지만 피해자인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의 영화역사는 후대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난 아직까지 현역 감독들중 자신의 근원이라고 말하는 선배 감독을에 대해 듣지못했고 있어도 한국 감독이 아닌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와이는 이치가와 곤에게 헌정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그는 영화에서 이치가와를 통해 자신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건 말했듯이 그의 근원이 이치가와이기 때문이다. 이치가와를 이해하는 순간. 이와이 월드의 캐릭터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멍청한 남자. 무기력한 남성들. 강인한 여성. 그 순수하고 착한 캐릭터들을 말이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그 흔한 인터뷰나 나레이션이 단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다. 오로지 스틸사진과 이와이 감독의 멘트가 자막으로 제공된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와이 감독은 이치가와 곤 감독과의 만남이 있었다고 밝힌다. 이와이 감독이 밝히는그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난 페다이에 있는 댁을 방문했다.

존경하는 거장은 

줄 담배를 피우는 흡연가였다.

담배를 태우고 있는 중에도

다음 담배를 벌써 손에 들고 계셨다.

내 작품을 이미 보셨었다. 



그는 말했다. 


"자네의 기본은 역광이구만"


그러고는 한동안 조명 이야기를 나누었다.

매니악한 대화.

나이차는 문제되지 않았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말이 통하는 사람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틀렸다.

오래지 않아 나는 깨달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

내눈 앞에 있는

이 사람은

나의 오리지날

나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이 사람에게서 배웠던 것이다.

나는 지금 그 사람을 대면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했다.

소름이 돋았다.

 


태평양전쟁과 히로시마 원폭투하를 평범한 한 일본인으로 느낀 곤..-그들은 전쟁광이 아니다.중간중간 이와이가 우익인지 의심으러울 그 뉘양스를 풍기는 몇몇 단어선택.....(적절한 번역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우선 이치가와는 정치나 그런것엔 관심이 없어 보인다. 단지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애니메니터로 처음 일을 시작하여 영화를 좋아하게 됐고 그래서 죽는 순간 까지 영화를 만드는 평범한 일본인이다. 

 

 그간의 슌지에 대한 오해는 이 영화를 통해 다 풀려 버렸다. 무지개 여신 이후의 행보가 궁금했는데. 이와이는 이치가와와 함께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곤과의 공동연출이 엎어지기도 했고. 시나리오를 계속 쓰고 있었다. 그 뒤의 행보는 모두가 다 알듯이 뉴욕에서 올란도 블롬과 단편영화를 촬영했고 지금은 벤쿠버에서 아오이유우와 뱀파이어 촬영을 끝냈다. 5년...그렇다..스왈로우테일 이후 5년의 시간이 지난 뒤 걸작 릴리슈슈를 들고 나타났것 처럼..하나와 엘리스 그후 6년이 넘어가고 있다. 그래서 이 블로그에 계속 그에 관련된 글을 쓰고 있고 그의 작품을 다시금 정리해 보는 것이다. 말로는 표현못할 엄청난 기대감. 그의 영화가 개봉하는 날 나는 어쩌면 새로운 인생을 살아나갈 시작점에 서있는 기분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슌지 감독이 던진 마지막 질문 하나를 나에게 던져본다.

 

누군가 나에게 '어떤 감독의 영화를 가장 즐겨보는가'라고 물어본다면!

 

"난 주저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