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ilm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토이스토리3


 
1. 첫 장난감, 킹라이온

 어렸을 적, 크리스마스가 되면 부모님께선 내가 굳이 조르지 않아도 산타를 가장하여 장난감 선물을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놓아두곤 하셨다. 매년 훌륭한 선물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킹라이온이라는 완구 세트다. TV에서 방송되는 만화영화 주인공인데 팔,다리,몸통 총 5개의 라이온이 뭉쳐서 하나의 거대한 로봇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실제로 그 장난감은 합체 분리가 가능한 당시 최고의 제품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킹라이온은 오랜시간 유행이 가진 않았고 내구성이 약한 플라스틱 제질인 탓에. 험하게 가지고 놀던차 조금씩 금이가고 부러지기 시작했다. 만화방송이 끝나고 곧 8비트와 16비트 게임기 시장이 도래하며 로봇을 만지는 것보다. 게임을 통해 조종하는게 더욱 재미있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순간 녀석은 사라져버렸다. 어렴풋이 기억이 나기도 하는데 당시에 어머니께선 먼지만 쌓이는 장난감들을 처분하자 하셨고 그렇게 라이온킹은 5살 어린 사촌동생에게 넘겨졌다. 난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 장난감을 넘겨줬던 것 같다. 안타깝지만 난 토이스토리 영화속의 엔디처럼 장난감들과의 이별의식을 그럴 듯하게 치뤄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물론 그뒤의 이야기는 난 알지 못한다. 


2. 이별의 자세

 군대 있을때 옆 부대에서 자살 사고가 있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줄을 포신에 매달고 목을 맷다는데 유서를 보니 여자친구의 변심이 그 이유였다. 같은 부대 옆 중대에서는 근무중에 자동화기를 입에 물고 자살을 시도한 소식도 들려왔다. 근무중엔 공포탄을 지급하는게 원칙이라 그 병사는 입안에 간단한 찰과상만을 입었다. 같은 중대 한살 많은 후임병은 제대 후 끝까지 자기의 곁을 지켜준 여자친구과 다음해에 결혼을 했고. 3년뒤 그의 아내는 아이 둘을 낳고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다들 알겠지만 70%가 군대에 들어와서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진다. 차라리 여자친구라면 다행인데 너무 슬프게도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경우도 가끔 있었다. 2년 넘게 군생활을 하며 알고 지냈던 수백명의 사람들중 제대후 연락을 하고 지내는 사람은 그중 4~5명뿐. 그것도 시간이 지나며 지금은 한두명 뿐이다. 전우들 만이 아니라 평소 격없이 지내던 친구와 제대후 관계가 소원해 지기도 한다. 정말 친한 친구들 말고는 대부분 자연스럽게 연락이 닿지 않으며 정리가 된것이다...시간이 지나면서 말이다.

 많은 경험과 책들과 영화속에서 그리고 인터넷에 떠도는 사랑과 이별에 관한 문구들로 이별은 각자의 태도를 요구하고 원하는 욕망에 맞춰 감정을 재단 시키기 쉽게 상업화 되어 간다. 사랑의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누군가의 어록을 통하거나 누군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결하려 하는 순간. 자신은 없어진다. 여기 토이들과 이별을 하게되는 앤디의 태도를 보면 우리가 얼마나 복잡한 방식으로 상황을 오도하거나 확대 해석하는지 쉽게알 수 있다. 이별 때문에 행해지는 어리석은 행위들, 이별이 주는 고통을 제어하지 못해 벌어지는 사건들. 여자친구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인질극을 벌이는 일까지 벌이는 것이다. 인간은 이렇다. 이별을 받아 들이기엔 아직 준비가 덜 되있을때도 있는 것이다. 참 이상하게도 만남은 순수하고 당혹스러울 정도로 단순하게 파악하면서 말이다. 모두가 다아는 동영상이 그 순간을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모든것은 이별하게 되어있다. 너무 가혹한가. 정확히 말하면 관계가 변한다는 말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도 시간 앞에선 영원할 수 없는 것이다. 만날땐 늘 영원할 것 같지만 서로 상처를 주다 헤어지는게 인간들의 모습 아니겠는가. 토이스토리의 장난감들은 아무런 말도 없이 원하는 그대로 욕구의 충족을 위해 앤디와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를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그들의 이별이 더욱 가슴시리고 사적 기억을 자꾸 들추어 내는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토이들은 앤디를 원하고 앤디역시 토이들을 아낀다. 그들의 마음은 그대로다. 그들 사이에 변한것은 마음이 아니라 흘러간 시간이었던 것이고 그 시간으로 관계가 변하게 된것이다.   

 우린 이별을 겸허히 받아 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함께했던 시간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앤디가 말했던 것 처럼 '고맙다'는 말을 전하는 것이다. 앤디와 토이들과의 이별은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상황을 인정하고 서로에게 고마워 하며 보내주는 것. 쉽고 간단하지만 그래야만 하는 것. 그리고 또다른 만남을 기약하는 것이 성숙한 인간의 자세가 아닐까. 하지만 정말 말로야 쉽지 마음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한편으론 경험이 필요하다. 토이스토리를 연출한 언크리치 감독은 성인이 되어버린 자신의 팬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1995년 토이스토리 1편이 상영됐을 당시의 아이들은 2010년 15년후 이미 성인이 되어 앤디처럼 대학에 갔을 것이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을 것이고 이성이나 아이돌가수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장난감은 초등학생들이 가지고 노는 물건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감독은 이들에게 그만의 방식으로 영화를 통해 작별인사를 고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론 새로운 팬들을 확고히 한다. 적어도 토이들은 주인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 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걸까....



3. 엉뚱한 생각

1995년 말 첫선을 보인 토이 스토리는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사용으로 획기적인 혁신을 이룩했다는 찬사를 받았으며 동시에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이 성공은 기술력만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토이 스토리의 각본은 의심할 여지 없이 지난 1세기 간 집필된 시나리오 중 최상위원에 위치하는 수작이다. 이 정도로 각본이 좋지 못했다면 아무리 좋은 컴퓨터 그래픽이 뛰어났다 해도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뿐만아니라 3편까지의 시리즈 물로 이어진 토이스토리의 역사를 돌아봐도 모든 작품이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불현듯 토이스토리3을 보면서 유독 과거 시리즈를 볼때는 전혀 들지 않았던 생각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그래! 뭔가 감동적이긴 한데 말야. 지금 나한테 장난감 사라고 은근히 장난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라며 말이다. 약장수의 현란한 말빨에 먹혀들고 있는 건 아닐까? 라며 영화를 보고 거리두기를 시작했다. 이 영화의 드라마가 탄탄하고 전하는 메시지가 훌륭해서 그런지 더욱더!! 왜인지 모르겠다. 이것은 마치. 입장을 바꾸자면 지금 이 영화를 보는 아이들에겐 현제 자신이 보유한 장난감들을 아끼고 사랑해 주라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고.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온 부모들에겐 애들이 백화점가서 장난감 사달라며 졸라도 거절하지 말고 사주라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특히 우디나 버즈를 살땐 그 어떤 고민없이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쥐어줄 것 같다. 영화를 통해 확고한 캐릭터 사업을 하려고 관객들을 세뇌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지....감히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이런 생각이 든 이유는 영화가 끝난후 돈을 주고서라도 이들을 소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날 배신하지 않는 친구들 어딜가면 너희를 만날 수 있는 거니?

어쨋건 잠시나마 동심의 세계로 돌가갔던 순간이었다. 순수한 감정들을 너무 잊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 토이스토리에 나오는 캐릭터들과 같이 아이같은 마음을 가지고 산다면 더욱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또한  나와 함께 했던 수많은 장난감들을 하나둘 기억해 내며, 그래! 그래도 너희들이 함께 했었기에 나의 어린 시절은 심심하지 않았어. 라며 그들에게'고맙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