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가 개봉했다.
속편에 대한 너무 아쉬운 이야기를 하려 한다.
1. 대중적 쾌감에서 윤리적 교조로
베테랑 1에서 류승완 감독은 재벌 비리라는 사회적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루며 큰 공감을 얻었고. 그로 인해 유아인을 향한 폭력적 응징은 통쾌함을 안겨주었다. 반면 베테랑2는 사적 복수의 정당성을 비판하는 윤리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데, 이러한 생명 존중에 대한 교훈적 메시지가 아무리 옳다 해도, 관객들이 공감할지는 의문이다. 대중은 공권력이 해내지 못한 정의를 누군가는 나서서 처리해야 한다는 본성을 갖고 있다. 그것이 대중적 감수성이다. 정해인은 어떤 면에서 응원받게 되는 부분. 그러니까 살인이 완벽하게 비판만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특수성이 있다. 영화속에서도 그 딜레마가 전면에 나오고 류승완도 이를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기에 황정민의 입을 빌어 말한다. "정신 차려! 이거 살인이야!!" 과연 그 말에 사람들은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유아인 캐릭터를 이용해 그를 응징함으로 대중적 성공을 거둔 이유는 너무나도 단순하다. 법도 막을 수 없는 재벌 거악이기 때문이었다. 수천년 동안 내려오는 가진 자들에 대한 드러내지 않는 분노를 자극했던 것. 난 정해인이 가진 아이러니가 나쁘다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순전히 대중적 관점에서 텍스트를 읽을 뿐이다.
2. 서사의 긴장감을 희석하는 우연성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2시간의 체집된 시간 예술 중.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헌데 너무나도 우연적 사건들이 중첩되며 긴장이 다소 약해졌다. 작법적으로 주요한 사건해결이 우연히 풀리면 안된다는 걸 모를 리 없었을 텐데. 감독과 작가는 왜 그랬나 싶다. 주인공이 딜레마에 처한 결정적인 순간에 우연히 팀원들이 아들을 구하고, 또 다른 우연으로 외국인이 구조된다. 중요한 순간에 반복되는 우연은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고, 이야기의 긴장감을 희석시킬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 관계 역시 서사의 중심으로 들어올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기존의 형사물들 중. 가족을 볼모로 협박하는 수많은 설정은 관계가 좋을 때 플롯의 힘이 작용되는데 베테랑에선 아들과의 관계가 최악이다. 특히 술집에서 갑자기 아들이 자살에 대한 전화를 받는 장면은 필요했을지도 의문.
3. 음악 디자인의 아쉬움
초반 오프닝 액션 시퀀스에서의 음악은 큰 실망을 안겨준다. 베테랑 1의 경쾌하고 강렬한 시그니처 사운드가 인상적이었던 반면, 이번 영화에서는 장기하의 음악이 그 에너지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음악이 액션의 감정선을 이끌어주지 못하면서, 장면들이 따로 노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4. 캐릭터들의 퇴색된 매력
황정민은 시작부터 감정이 붕떠있는 느낌이 컸다. 특유의 쪼. 화나거나 짜증날때 쓰는 '이-씨' 취임새는 배우 스스로 변주를 줘야 할것 같다. 기대했던 사람 냄새나고 유쾌하고 즐거운 맛이 전혀 없다. 특히 팀원들과 함께 술먹는 느낌은 이상할 정도로 어색했다. 아마도 그 이유는 9년이란 세월동안 장윤주의 사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개입되었기 때문이고 오달수의 사건도 한몫했고 정해인 역시 강력했던 DP에서의 이미지와 현재 드라마가 온에어 중이기 때문에 그 그림자들이 뒤섞이며 몰입을 방해했다. 만약 정해인 본인이 그간의 캐릭터를 넘어서는 연기를 했다면 가능했을 텐데 분명 열심히 한 것은 보이나 날 설득 시키진 못했던 것 같다. 아마도 그의 눈빛이 너무 선한 탓이지 않을까. 전작에서 멋짐을 뽐냈던 서도철 마누라도 이번엔 평범한 아줌마가 되었고 가장 아쉬웠던 건 동료들도 캐릭터가 전혀 살지 못하다는 것. 류승완은 팀웍 플레이의 고수인데 이런 결과물이 나온건 초반 플롯팅을 세운 작가에게 책임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서도철은 왜 그렇게 화가 많은 걸까? 엔딩에서 자충수 두게 만들려고? 모르겠다.
5. 사라진 류승완 특유의 대사 매력
가장 아쉬운 건 류승완 특유의 맛깔나는 대사가 전혀 없었다는 것. <부당거래>를 보면 아직도 명장면이 유튜브에 떠돌아다니고 <타짜>마냥 수십년이 지났는데도 그 대사를 사람들이 기억해주고 있다. 베테랑2에서 나오는 '어이가 없네' 같은 대사가 왜 매력적이냐면 정의로운 척 하는 빌런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이었다. 정해인의 입에서 어떤 말들이 나오는지 보면 신참경찰이 가진 인턴 스러운 말들이 전부다. 이미 그 셋업 자체가 류승완 스러운 캐릭터가 될 수 없었다. 그는 <청년경찰>에나 나가면 어울릴 만한 단순한 캐릭터였다. 그리고 팀원들 중 오달수의 대사가 1편에서 많이 회자가 됐고 웃음 유발 캐릭터였는데 물론 열연했고 웃긴 했지만 전작의 기대 때문이었나 아쉬움이 많았다.
6. 익숙한 클리셰의 홍수
기시감도 넘쳐났다. 폰 복사는 최근의 <크로스>에서 주요한 장치였고 흉악범을 경찰이 보호한다는 컨셉도 <노웨이아웃>에 전면으로 사용됐고 경찰이 사적인 복수를 하는 내용은 <비질란테>, 악당이 악당을 죽인다는 점에서 <덱스터>가 생각났으며 누군가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딜레마는 <다크나이트> 전화로 함정에 빠진 상황을 설명하는 장면은 <올드보이>에서 봐 오던 것 아닌가! 마지막으로 브라이언 드 팔마 식의 분할화면 까지도!! 이것저것 다 따지다 보면 경찰이 알고 보니 나쁜 놈이었다는 식의 셋업도 세상에 넘쳐난다. 세상에 새로운게 어디 있냐고 할 수 있지만 기시감이 드는 건 연출의 문제다. 재미가 없기 때문에 기시감을 들먹이는 것이다. 류승완의 팬으로 너무 기대를 해서 그런가. 이 역시 아쉬움이 컸다.
7. 여전히 독보적인 액션연출
그럼에도 액션씬 하난 역시. 따라올 자가 없다. 좀 부정적으로 표현하면 오락만 취한 마블같은 영화였다. 언제 즘 부당거래나 베를린를 넘어서는 작품을 찍을 수 있을까? 가슴에 손을 얹고 고백하길 바란다. 류감독 당신 그런 사람 아니잖아. 속편 찍을때가 돼서 야심 없이 고용 감독마냥 일한 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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