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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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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자와, 존 포드를 뛰어 넘다.<Stray Dog> 영화는 더위에 지쳐 혀를 길게 늘어트린 개의 얼굴에서 시작한다. 제목은 들개. 제목만 봐서는 이 영화가 형사가 등장하는 수사물 이라고 예상하지 못할 것이다. 정확히는 방황하는 개가 맞다. 난 그 제목이 영화의 내용과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타이틀 시퀀스가 끝나는 순간 빠른 속도로 이 영화는 한 신참 형사가 자신의 총을 잃어버리고 그것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정한다. 매우 빠른 속도다. 조금은 갑작스럽게 우린 다급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주워 담기 시작한다. 그리고 카메라는 다시 경찰서로 이동하여 무라카미(미후네 도시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차렷 자세로 어쩔 줄 몰라 하는 그의 모습...................다들 아시겠지만 주인공 미후네 도시로는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페르소나이다. 아..
<청설.Hear Me> 인물이 침묵할 때 들리는 세상의 소리  주의 ※본 내용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해 대부분 아시리라 생각됩니다만. 반전이 있기에 못보신 분들은 읽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반전영화에 반전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스포일러가될 수 있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은.. 뭘 모르고 하시는소리....반전영화의 진정한 묘미는 반전을 인지하고 다시볼때 생기는 것입니다.^^ BUT............... 나는 이 영화를 두 번째 보려는 순간 망설였다. 그리고 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구태여 글을 쓰고자 하는 건 이 영화에서 느껴진 이상한 감각 때문이다. 이 감각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나는 지금 이 영화를 변호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님을 밝힌다. 예고편과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전형적인 청춘멜로..
밀회 (Brief Encounter, 1945) 고전 멜로 드라마의 정점 감독 : 데이비드 린 왜 우린 항상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 하고 사랑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일까? 영화의 첫인상을 항상 중요하게 생각한다. 수많은 영화를 보면서 실제로 반복적으로 영화를 보게 만드는 것은 첫인상 때문인데. 이렇게 영화를 다시 보게 만드는 힘을 가진 영화는 웬만하면 찾기 힘들기도 하다. 극장에서 밀회를 처음 봤을 때 상영이 끝난 후 영화를 다시 보게끔 하는 놀라웠던 지점은 물론 별 기대 없이 봤다는 것 말고도 이 영화가 4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영화라는 선입견을 완벽히 무너트렸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모든 예상을 뒤집어 엎어버렸다. 30년데 시적리얼리즘 영화들에 대한 영향이 있었을지 아니면 세계대전에 대한 전쟁의 상흔을 숙명론적으로 표현한 것인지 나름 고민해 보기도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의 체험 그리고 카페 뤼미에르(3) 3부... 57분 45초부터 다시 시작한다.. 1(50)커텐이 쳐진 방안, 카메라의 위치가 조금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요코가 방에 들어오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불을 켜고 커텐을 연다. 그리고 우유를 냉 장고 안에 넣는다. 카메라는 요코를 따라 움직이며 이전까지 몰랐던 방의 부분들을 보여준다. 입구가 보여 지고 냉장고의 위치가 보여 진다. 이렇게 우리는 차츰 요코의 방에 대해 알게 된다. 그것은 곧 요코 라는 존재, 요코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요코의 생활양식을 아는 것과 같다. 이 영화를 보는 우리는 요코에게는 이 방에 초대된 손님이다. 요코는 자신의 움직임을 쫓는 관객의 시선을 붙들어 자신이 살고 있는 방의 구조를 하나하나 보여주고 우리로 하여금 그 방을 재구성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
영화의 체험 그리고 카페 뤼미에르(2) 1.이 영화는 눈에 보이는 모든 샷에 대한 분석으로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이나 보다가 잠시 졸았거나. 이 영화에 별로 흥미가 없으신 분들은 읽지 마시길 바랍니다. 왜냐면 영화를 발가벗기는 의식에 허우 샤오시엔은 초대장을 보낸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2. 하지만 그래도 용기가 있다면 읽어보시길 강권합니다. 이것은 영화를 체험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텍스트와 정지된 이미지 그리고 사적 감상을 체험하는 순간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은밀한 영화와의 밀담을 즐기실 분은 도전하시길... 카페뤼미에르는 총 86컷으로 런닝 타임은 자막까지 포함해서 약105분이다. 오즈야스지로탄생100주년기념작품(자막이 뜨고 전철소리가 선행한다) FADE IN 1. 전철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지나간다. FADE OUT 2.카메라는 ..
영화의 체험 그리고 카페 뤼미에르(1)  영화감독 : 허우 샤오시엔 (1947년 4월 8일 중국) 영화의 탄생 뤼미에르의 시선으로 다시 돌아가자. 영화의 탄생. 첫 시선으로 돌아가자. 이 말은 뤼미에르가 영화를 처음 찍었다는 사실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뤼미에르이전에 영화를 찍은 사람들이 영화사에서 거론되기도 한다. 사실은 알 수 없다. 사실은 우리가 사실임을 확인하는 순간 이미 지나가버리고 역사의 일부가 되어버린다. 물질은 기억이 되고 사실은 역사가 된다. 이때 뤼미에르라는 이름은 특정인물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라 인물과 독립된 하나의 단어, 기호로써 영화의 시작을 상징한다. 뤼미에르의 시선으로 다시 돌아가자. 왜 우리는 영화를 찍는가? 영화를 찍는 이유, 영화에 관한 근원적인 물음... 오직 이 물음만이 우리를 영화의 시작으로 안내해 줄..
대부3 (GodFather Part3) 시대는 무대가 되고 인간의 육체는 배우라는 목소리가 된다. 제임스 칸(소니), 故말론 브란도(돈 비토 콜레오네), 알파치노(마이클), 故존카제일(프레도) 대부3 : 시대는 무대가 되고 인간의 육체는 배우라는 목소리가 된다. 이 영화를 보면서 혹은 이 영화를 보고나서 펜을 들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막막함이다. 이 영화는 글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고 무엇보다 써야 할 글이 없었다. 영화에 관한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내용을 분석하고 인물의 심리를 분석하고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설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지 글을 쓴다는 것일 뿐, 영화에 관해서는 아닐 것이다. 영화에 관해 글을 쓴다는 것은 그 영화로 관객을 안내하는 것이고 영화를 구성하는 벽(들) 즉, 쇼트(들), 빛과 어둠, 이미지와 사운드. 그리고 하나의 쇼트를 어떻게 형성하고 그다음 쇼트..
대부(Godfather part1) 1972년 (2010년 디지털리마스터링으로 재개봉)(2) 감독 :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2부.. 영화의 첫 장면, 외부에선 결혼식이 벌어지고 내부에선 범죄의뢰가 계속된다. 외부의 밝은 빛과 내부의 어둠, 외부의 환호성과 달콤한 노래와 케잌. 그리고 내부에서 벌어지는 그것들의 성립조건들. 그리고 그 경계선을 지키고 선 돈 꼴레오네라는 아버지. 그에 의해 집은 외부로부터 안전한 곳이고 소니는 자신의 정부와 본처 몰래 섹스를 하기도 한다. 아무도 이 집을 위협하는 것은 없어 보인다. 이 집을 드나드는 자는 언제나 아버지 아래에서 승인받은 자들이다. 그리고 아버지만이 오직 거절하지 못한 제안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비극은 아버지의 거절로부터 시작된다. 항상 제안을 던지는 것은 아버지이고 상대방은 그저 그 제안을 거절 할 자격은 없고 들어야만 했다.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