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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문화독재의 그늘 아래 사라져 가는 감독들

 

김기덕 감독의 황금사자상 수상에 붙여 어려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한주간이었다. 과연 우리 나리에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감독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거대자본에서 자유로운 김기덕 감독은 관객에게 외면 받을 지언정 자기 세계에 대해 18편의 영화를 통해 확고히 했다. 만약 김기덕이 자본에 휘둘리는 감독이며 적은 돈으로는 절대 영화를 못 찍겠다는 저질 스러운 의지를 가진 감독이었다면 아마 지금쯤 영화역사의 기억속에서 1960년대 활동했던 '김기덕' 감독과 동명이인의 사람 정도로 기억에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을 것이며 지금과 다를 바 없이 산속에 칩거하며 스스로 그림이든 뭐든 다른 매체로 예술혼을 불태웠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우습지 않은가? 

 

역설적으로 우린 거대자본의 파렴치한 영화제작 관행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 그들의 달콤한 말이 비수가 되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디렉터스 체어에 앉아있다 등에 칼이 박히는 순간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감사해야 할 것은 오히려 그들이 냉정하게 대했기에 지금의 김기덕 감독이 있는 것이며 한국사회의 학벌주의 덕분에(?) 김기덕은 프랑으로 떠나 영화감독의 꿈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이다. 참 인생이란 재미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무엇이 옳을 것일까? 대기업이 모든 영화를 공정히 대우하며 예술영화에 대한 전폭적이 지지와 감독을 존중해주는 태도로 영화를 만들어 왔다면 김기덕이 있었을까? 한국 사회가 차별없이 모두가 노력한 만큼 행복하게 살며 동등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사회였다면 과연 김기덕은 저 황금사자상을 품고 서 있었을까? 생각해 볼 일이다.   

 

 

 

하고 싶은 말은, 영화 관련 기사를 검색하다 몇 주 전 감독이 교체된 작품에 대한 기사를 읽고 도대체 무엇이 옳은 일인지 납득이 가지 않아 글로 정리하려 함이다. 작금의 현실을 돌아보건데 사라진다는 표현이 아마도 정확할 것이다. 감독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미래의 영화는 카메라와 제작자가 만들게 될 것이며 감독의 목소리는 작아지게 될 것이라 예언한 박찬욱. 이와 같은 예언을 키노라는 영화 월간지를 통해 언급 했을 당시는 10년 전이다. 지금 한국 영화판이 딱 그 꼴이다.

 

너무 화가나는 건 바로 거대 자본을 쥐고 제작사와 감독들을 휘두르는 대기업들이다. 자신의 돈이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감독을 교체하는 선택을 하는 그들의 어리석은 작태는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찍어 놓은 장면에 대해 판단을 하는 것은 오로지 감독만이 가능한 것이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한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감독과 아무리 많은 대화를 나눈다 할지라도 미술감독이 촬영감독이 조명감독이 그의 연출부들이 온전히 그의 세계를 알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면 영화는 어딘가 붕떠있는 스토리를 이미지화 시키며 서로간의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할 진데 투자자라는 명찰을 단 그들이 양복을 빼입고 감독과 스텝들이 땀흘리며 일하는 현장에 와서 모니터 옆을 기웃거리며 보는 것은 현장에서 급하게 건져 올려진 그림들을 그저 순서대로 붙여 놓은 것에 불과한 것이다. 단지 그것을 보고 평가를 함으로 제작부가 타준 믹스커피를 홀짝이며 영화에 평생을 몸담아 고스란히 자신의 청춘과 삶을 바쳐온 한 인간의 인생을 송두리체 쥐고 흔들어 버린다. 과연 그게 할 짓가? 고작해야 명문대 졸업해서 공채시험 잘 봐 입사한 영화에 관해 아는 것이라곤 따뜻한 방구석에서 헐리웃 영화 몇번 다운받아본 것이 전부일 그들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그러는 것일까?

 

오래전 이미 아는 바 이명세 감독은 미스터K에서 하차를 하였다. 그 이유인 즉 사전에 합의 한 사항에 대해 감독이 간과하고 다른 그림들을 찍어 낸다는 이유에서다. 얼마전 2580에서 보도된바. 프로그램엔 CJ E&M의 내부분서가 공개되었다.

 

 

 

노란색으로 표시된 부분 => 상업영화로서의 최소한의 장치들 시나리오에서 의도한 내러티브 특정 씬들의 유머, 서스팬스 등을 모두 놓치고 가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이 내부 문건을 보고 난 기가 차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투자팀 몇몇 직원의 주관적인 판단이 마치 전체 관객이 느끼게 될 구심점이 되는 것처럼 확대하여 평가하고 있다. 보면 알겠지만 고작 9회차를 촬영 한 것인데 미스터k는 거의 100회차에 가까운 스케줄을 소화해야될 상황인 대작이었다. 그럼에도 마치 영화 전체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표현 방식은 납득 할 수 없는 것이다. 영화를 다 찍어 놓고도 이 영화가 최종적으로 어떠한 느낌을 만들어 낼지는 솔직히 감독도 100%알지 못한다. 이것이 영화예술인 것이다. 미스터K는 촬영에 돌입했고 제목을 협상종결자로 바꾸었다. 그리고 감독은 JK라인인 해운대 조감독이 맡았다고 한다. 이 사건은 무척 복잡하며 기본적으로 윤제균이 이명세의 자존심을 건드는 언행이 시초가 된 것으로 사료된다(CJ가 윤제균과의 특별한 계약을 한 것은 정말 멍청한 짓이다! 윤제균이 아무리 해운대로 천만을 찍었지만 그의 영화는 저질 코미디극일 뿐이다. 흥행과 이윤을 얻는다는 이유로 5편을 달아 계약해버린 CJ는 최종적으로 윤제균과 쌍벽을 이루는 김지훈 감독의 반복되는 헛발질<더 타워>와 더불어 그들의 선택이잘 못됐음에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다. 이것은 재앙이다. 도대체 두사부일체나 색증시공 같은 영화로 돈을 버는게 창피하지 않은가? 그정도의 자존심도 없는가? 100억 10개로 쪼개 예술영화에 투자하는게 국제적으로 CJ E&M의 입지를 다지는데 유리하지 않을까? 무비꼴라주니 신디영화제는니 CJ AZIT니 뭐든 눈가리고 아웅하는 짓거리일 뿐...한심하다.) 

 

이러한 일이 있은 뒤 섬에서 <남쪽으로 튀어>를 촬영중인 임순례감독이 손을 놔버린 일이 발생했다. 배우와 제작자의 간섭이 너무도 심해 감독으로 제대로 된 연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판단한 것이다. 영화계의 소문은 무척 빠르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이야기도 무성하다. 특히 이번 임순례 감독님의 경우 배우 김윤석이 감독에게 자신이 임의로 바꾼 시나리오를 조감독을 통해 보내게 하면서 그 화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김윤석이란 배우는 이미 <거북이 달린다> 때부터 악명이 높았다. 12회차 정도 남았을 당시 감독이 김윤석의 행동에 참지 못해 현장에 나오지 않았고 김윤석은 감독이 없는 상황에서 대표의 권유와 지지로 자신이 연출을 하고 마지막 후반작업까지 마쳐버린다. 하지만, 너무 안타깝게도 거북이달린다는 평단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었고 그런대로 흥행도 하였다. 그때 비로서 배우 김윤석이 알게된 것은 굳이 감독이 없어도 영화는 완성이 된다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완득이를 촬영할때도 그의 월권 행위는 계속되었다. 현장에서 감독이 지정한 동선과 디렉션을 또다시 배우 임의로 수정하고 감독에게 의견을 구하는 주객이 전되된 상황이 발생된 것이다. 실로 감독을 현장에서 유명무실한 존재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한 감독은 나름 작품을 꾀 찍어본 베테랑 감독임에도 김윤석의 행보는 멈출줄을 몰랐다. 현장에서 일했던 스텝들의 증언에 의하면 후반 작업 당시 편집실에 김윤석 버전의 내용과 감독 버전의 내용이 있었으며 직접적으로 김윤석이 편집에 관여 했다고 한다. 이한 감독은 속 넓게도 그런 김윤석을 보며 인터뷰에서 밝혔다 "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작품에 대한 열의라고 생각하니 난참 복받은 감독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

 

 

 

참 재미있는 것은 현장 스텝들 사이에서 하는 말이 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사람 최동훈감독이라고 한다. 그를 발굴하고 수면위로 올린 당사자인 최동훈 한테는 다른 감독에게 하듯이 안한다던데 그 현장에 있지 않아 자세한건 모르겠다. 부디 다른 감독들에게도 동일한 대우를 해주었으면 한다. 영화의 중심인 감독이....감독이 사라지고 있단 말이다!! 어쨌건 거북이 달린다와 완득이에서 자신의 진가를 십분 발휘한 김윤석이 남쪽으로 튀어 에서 역시 자신의 감독기질을 나타내려 했지만... 이러한 사실을 모를리 없는 임순례 감독은 아마도 긴장감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촬영을 중단하고 메가폰을 내려놓는 제스춰를 취하신 것일테다. 난 기사를 접하며 참 잘 하신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김윤석은 곧 감독 데뷔를 할 것이라는 소식 까지 겹치며 영화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그럼 그동안 다른 영화에서 연출 연습한것이냐면서...

 

어쨌건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을 때 쇼박스에서 제작하는 <동창생>이라는 작품의 박신우 감독이 하차를 하게 됐다는 기사가 떴다. 이 경우는 아마도 이명세 감독과 동일한 케이스일 것이다. 20회차 동안 촬영한 장면에 대해 투자사 쪽에서 만족을 하지 못했고 잠시 태풍으로 쉬어 갈 때 제작사 대표와 감독이 작품의 방향성에 대해 의견 조율을 하지 못해 감독 스스로 하차를 결심했다고 한다. 아마 자의반 타의반 일것이다. 여기서 참 웃기는 건 연출력이 딸려서 교체를 했으면 기존의 감독보다 더 실력이 뛰어나거나 동일한 스타일의 감독을 케스팅해야 맞는 것인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례로 태원에서 제작한 한석규 차승원 주연의<눈에는 눈 이에는 이> 경우 곽경택이라는 최고의 기성 감독이 대타로 메가폰을 잡게 했는데 충분이 납득이 간다. 이것은 옳은 선택일 수있다. 그리고 공동연출의 타이틀이 기존 감독의 공로를 세워주기도 했다.

 

하지만 미스터K는 전혀 검증된 바 없는 해운대 조감독이 동창생은 해당 영화의 조감독이 메가폰을 잡게된다. 이 얼마나 웃긴 일인가? 그들이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뜻이 아니다...그들도 물론 뛰어난 감독이 될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것은 제작자와 투자사의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자본을 좀더 안정적이며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라는 명분으로 이명세라는 거장의 대타로 작품을 찍어 본 적도 없는 조감독을 앉히고. 백야행이라는 작품을 찍은 기성 감독대신 그 영화의 조감독을 감독의 자리에 앉히는건 쉽게 말해 제작자와 투자사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찍세를 원하는 것 뿐이다. 쉽게 컨트롤 할 수 있고 그들의 입맛대로 제조하는 사람 말이다. 그렇게 영화를 찍고 싶으면 애초에 왜 이명세를 선택했는지 의문이다. 감독이 예술가가 아닌 일종의 영화를 만들어 내는 기능인으로서 작용한다면 대한민국에 그저 뻔한 영화만이 판을 치게 될 것이다.

 

헐리우드 60~70년대 아메리칸 뉴웨이브가 태동할 수 있었던 건 의식있는 감독들이 연대하여 투철한 예술혼을 담아내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며 그것을 스튜디오와 중소 자본의 영화사에서 전적으로 감독의 역량을 믿고 맏겼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적어도 그들은 영화가 감독의 예술임을 알고 있었다. 그야말로 예술가와 자본의 조화가 지금의 헐리웃의 부흥을 이끈것이다. 감독을 믿으니까 자신들이 이룩한 시스템을 신뢰하니까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투자사와 제작사가 감독을 존중해 주지 않으며 예술가에 대해 신뢰를 져버리는 행동을 계속한다면 한국영화의 미래는 개성없고 뻔한 기획 영화물들로 넘쳐나게 될 것이다.

 

감독들이 사라져가는 한국영화의 미래가 심히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