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이야기를 한다는 것

세상엔 정말 많은 시나리오가 있다.

내가 쓴 시나리오도 정말 많은 시나리오중 하나다..

난 그틈을 비집고 솟아 올라 싹을 틔우기 위해 수많은 밤을 지세우며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뒤돌아아보니 나의 발 자취는 참혹하다. 이젠 용기도 자신감도 설자리도 다 잃어버린 심경

그래도 글을 써보겠다고 몸부림 치는 지금은 절박함 보다는 두려움 진심 보다는 꼼수를 바란다.

자본가의 컨텍. 난 결국 항복했다. 자존심. 그런건 옆집 고양이가 물어갔다. 

얼마나 웃길까 울릴까. 글쓰는 기계가 되어 삶의 순간을 직조해낸다. 시간을 배끼고 사건을 우연인척 가장한다. 


새벽이다. 사기꾼의 심장은 천천히 뛴다. 나의 심장이 그러하다. 내일은 누굴 속여서 감동을 줄까 고민한다.

나의 인물을 험악한 세상에 내몰아 고통을 주는 사디스트...

신을 닮아 가는 난 그보다 더한 존재가 되려 온갓 경우의 수를 따진다...

그러고선 70페이지쯤 자비로운 척 선처를 내린다. 그들의 행복을 빌어준다. 

고생했지...녀석들...잘살아...


그러면서 난 대중을 혐호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들에 대한 나의 태도...

지금도 한국대중이 혐오스럽다. 병신들...난 그렇게 생각한다. 

울리면 울고 웃기면 웃는 병신들. 아무 생각없이 팝콘을 입에 쑤셔 넣는 병신들. 

지들이 잘난 줄 아는 그 병신들...가운데...너무나 잘난 대중인 난.... 고립된다. 


또 한가지 알게 되었다. 영화를 좋아했던건 보는 걸 좋아해서지 하는 걸 좋아해서가 아니었다고.

난 이야기를 하는 족속이 아니었다. 회사 컴퓨터 앞에 앉아서 퇴근시간을 기다리는 사람으로...

누군가 시킨일을 씩씩거리며 해내는 삶을 살아가는 수동적인 인간상이 나에게 더욱 어울리는 일이었다. 반복적인 일. 쌓이는 재산. 사회 시스템과 한몸이 되어 돈만 벌다 죽는...그런 인생.


평소 조용했던 난 남들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다...

굳이 남들하고 열을 내어 이야기 하고 싶은 욕구도 없다.

그런 놈이 무슨 이야기꾼이 되겠다고 지금까지 설치고 있는지 모르겠다.

병신같은 대중들한테 난 별로 하고 싶은 말이 없다...

명량을 1700만을 보는 나라에서 난 하고 싶은 말이 없다. 


이야기 하기는 내 천성이 아닌 것 같다.

난 듣는 걸 더 좋아하는 놈이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이쯤 되면 타고난 인간들은 벌써들 떵떵거리고 있다.

고3때 대체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린 놈이 지 맘대로 80평생의 인생을 결졍짓는 중요한 순간 

내 옆의 어른들은 도대체 뭘하고 있었는가. 왜 아무도 나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지 않았는가. 내 책임. 

누구도 원망할 수 없다. 그래서 더 비참하다.


집에 오는길 아파트 경비아저씨를 봤다.

어쩌면 저게 나의 천성 같이 느껴진다.

가만히 앉아있는 것. 

남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이다.


나의 존재는 없다. 글도 없고. 지나온 발자취도 점점 사라진다. 

소멸...이세상에 굳이 없어도 되는 존재. 

내가 쓴 글도 그러할 것이다. 주인을 닮아가는 개처럼.

누군가 나를 키워 줄거라 꼬리를 흔든다. 생존본능...

그것을 사랑이라 착각하고 존경이라 포장하고 억지로 웃어보인다.


이순간 희망은 없다...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려운건...

아직 나락으로 떨어질 공간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지금 바닥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보다 더한 나락도 있을 것이다.

무간지옥...

적어도 그곳엔 가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