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ilm

<더킹> 아쉽지만 할말은 했다.



배우에 관하여...


스토리가 전하는 메시지는 별 다섯개 지만 전반적으로 배성우를 제외한 주조연급 캐스팅이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배우들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혀 놓고 예쁘다고 칭찬하면 가짜 같고 몰입이 방해된다. 

심지어 박정민과 고아성 정은채 같은 귀한 보물들을 낭비하는 건 왜 였을까? 

신인들을 기용해서 좋은 작품에 출연함으로 용기를 북돋아줬어도 됐을 역할들에 

왜 굳이 그들을 캐스팅 했을까? 왜 그랬을까?


가장 큰 문제는 조인성에게 있었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한 몸에 받아내며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반전을 꾀하는 굴곡진 캐릭터를 소화하기에 

조인성이란 배우는 참으로 부족했다. 

개봉 전 부터 걱정이었지만 어느 정도 예상한대로 흘러갔다. 

조인성이 왜 오랬동안 영화를 안했을까? 본인도 알거다...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걸..

그리고 자기에게 맞는 역할이 뭔지 계산이 안될수도...그리고

현장의 감독들도 알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건내지 않았던 것을 수도...


겨우겨우 감독의 독특한 연출력으로 인공호흡을 해내긴 했는데 

그럼에도 이야기의 깊은 층위에서 올라오는 분노로 닿지는 못했다. 

관객은 결국 배우를 통해 이야기의 길 안내를 받는다. 

그가 우리를 이끌고 새로운 세계, 경험해보지 못한 어떤 곳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 심층부 속에서 그는 우리를 울렸다 웃겼다 한다. 조인성이란 배우가 몬났다는 뜻이 아니다. 

단지 그가 박태수란 인물에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정우성의 경우 사실 어느정도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긴 했고 나름 잘 소화해 내었다. 

하지만 이건 감독에게도 책임이 있는 부분인데..

첫 등장 팬트하우스 연설 장면에서의 묘사가 무척 아쉬웠다. 

그런 중요한 대사들 그리고 첫 등장으로 매력을 어필 했어야 됐을땐 조금더 은밀하게 이야기를 했어야 하는게 맞다. 

다시 말해. 한강식이란 캐릭터는 자기를 알아봐 달라고 사람들을 모아두고 소리치는 캐릭터가 아니란 말이다. 

뒤에서 치밀하게 조작하면서 동시에 앞에서는 비릿한 미소를 던지는 강한 권력욕이 영혼에서 부터 올라오는 인물인데, 

그런 그가. 사람들 앞에서 연설 하듯이 나를 좀 알아봐달라는 듯이 감정을 쏟아내면 순간 매력은 떨어지고 만다. 

그건 무식하게 혼내는 방법이다. 그렇다고 그 소리치면서 감정들이 제대로 전달되었나? 

정우성의 광팬이지만 연기에도 문제가 많았다.


감독에 관하여...


감독은 전작들을 통해 입지를 다지고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들고 가감 없이 모든 걸 쏟아 내었다. 

그리고 이런 컨티션에서 보통은 망하거나 걸작이거나 둘 중 하나다. 더킹은 아마도 흥행할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한국 영화사에 남을만한 작품은 아니다. 조금만 더 섬세하고 조금만 더 치밀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특히 영화의 시작 부분 안동 하외탈과 대마에 관한이야기를 쏟아내며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부분에 있어서는 큰 실수를 한 것 같다. 

시대를 보여주고 분위기를 잡아주던지 못해도 그 차량이 어디서 출발하는 건지...

어디로 가는 건지에 대한 방향성이라도 제시를 하고 정우성의 첫 대사를 빨아줬어야 됐는데. 

암전 상태에서 정우성의 목소리로 영화가 시작하는 선택은 참 안타까웠다.

그 장면은 그냥 수다 떨다가 사고가 나는 서프라이즈에 지나지 않는 그림이 될 뿐이었다. 

혹은 뒷 플롯과의 접점을 통한 재미 정도?


난 사전에 시나리오를 읽었다. 시나리오는 솔직히 오줌지릴 뻔 했다. 

곡성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페이지가 줄어드는 게 너무 화가 날 정도로 재미있었던과 같이 

더킹의 시나리오도 친절한 나레이션 덕분이었는지 몰라도 무척이나 흥미롭고 몰입도가 대단했었다. 

게다가 한재림이 찍는다고? 말해 뭐해...엄청난 작품이 나오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안타깝게도 시나리오의 재미에 비해 곡성처럼 어마무시한 영화가 나오진 않았다. 

시나리오에서 느껴지던 태수의 깊이 애환 시대의 비장함 처절함 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뻔하고 당연한 거다. 그렇게 잘생긴 배우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혀놨기 때문이다. 

엄청난 판단 미스였다. 가장 큰 걱정은 발음이 좋지 않은 조인성이 나레이션을 때린다니 가능키나 할까? 

염려가 들었고 그 염려는 현실이 되기 까지 했다.


검사들의 향락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너무 판타지로 흘러서 리얼리티한 시대의 흐름과 맞지가 않았다. 

걸작 범죄와의 전쟁을 보면 완벽한 리얼리티에서 시작해 끝까지 리얼리티로 간다. 

결국 최민식이 선택한건 아들 검사시키는 거였고 그것을 기어코 성공하고 마는 한 인물의 일대기가 사실적으로 다가오는데, 

더킹에서는 검사들의 모습을 판타지로 그려내다 보니 가짜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난 오히려 향락적인 그들의 파티가 없었다면 오히려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사실 그 파티가 그럴싸하게 그려지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한국 정치검찰들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시대의 왕은 그들이 아니라 바로 국민들, 

영화를 보고 있는 우리들이란 메시지가 무척이나 좋았다. 

그렇듯 더킹이란 영화는 많은 문제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렬하며 용기 있으며 너무나 옳은 메시지를 전달했고 

그것 하나만으로도 박수 받아야 마땅한 영화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