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ilm

<맨 오브 스틸> 스펙타클에 밀려버린 영웅 서사

 

 

 

 

 

기다리던 영화가 개봉했다. 주지하는바 잭 스나이더 감독 그리고 놀란의 각본이 덧입혀 진다는 말에 세간에 관심이 집중된 것은 사실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만 난 기대 했던 것만큼 나왔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하지만 그 이상은 없었다. 잭이라면 응당 할 수 있을 정도의 비주얼과 놀란 이라면 당연히 묘사할 그 악당에 대한 논리성 부여 정도가 아쉬움을 달래줬을 뿐이다. 결국 수없이 소거 당한 슈퍼맨의 이미지를 그들의 목표대로 리부트 함에 성공하진 못했다. 그저 캐릭터의 과거를 좀 더 세련되게 가꾸었다는 것과 슈퍼맨 수트와 크립톤 행성의 프로덕션 디자인에 공을 들인 것뿐이었다. 서글프지 않는가. 수천억을 겨우 이거 찍으려고 날려먹었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이 즈음이 시나리오의 중요성이 크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단평

 

자, 이미 우려먹은 슈퍼맨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새로움을 논하는 것은 어폐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새롭지 않다‘. 라는 결과적 관념으로 확장되어 나온 것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리부트까진 아니지만 완벽한 프리퀄를 찍으며 이미 망한 시리즈를 다시 궤도위에 올려둔 한 엑스맨 퍼스트클래스를 보자. 그 영화에서 주구장창 강조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병맛 돌연변이들을 어떻게 컨트롤하는가 보란 말이다. 그들도 감정이 있고 인간들과 어울리고 싶고 사랑도 하고 싶고 그런 하나의 인간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가장 주요한 지점이었다. 운명처럼 싸워야만 하는 인간들과는 함께 할 수 없는 심리적 공감대가 절절히 느껴지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종국엔 사회에서 소외당한 그들이 전쟁을 막아나간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시스템과(일반인들) 개인의(영웅) 싸움을 적절히 상징적으로 묘사했기에 성공했다. 

 

그렇다. 히어로 무비는 근본적으로 그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면 악당과 영웅의 싸움이라기보다. 영웅과 일반인과의 싸움이다. 퍼스트 클래스는 그 지점을 정확히 간파했고 성공했다. 히어로는 강력한 교훈적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어쨌든 인간을 구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인간들이 없으면 히어로도 존재할 수 없다. 동시에 악당도 존재할 수 없다. 퍼스트 클래스와 더불어 크리스토퍼 놀란은 그 지점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었고 다크나이트를 통해 자신이 밑장 깐 세계관을 여지없이 확장시켰다. 너무나 매력적인 조커와 손잡고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평단과 관객들의 관심이 오로지 악당에 대한 탁월한 묘사에 후한 점수를 주었던 탓에 놀란과 그의 동생은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베인이라는 캐릭터를 그 이상으로 그려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때문에 당황스럽게도 베인에 대한 빽 스토리가 너무 큰 맥을 이루었다. 조커가 매력적인 이유가 뭐냐고? 과거를 모르기 때문이다. 나올 때 마다 자기 입 찢어진 것에 대해 다른 빽스토리를 늘어놓는다. 대단하지 않는가.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더욱 두려워지는 것이고 그가 어떤 개 망짓을 해도 이해가 되는 것이고 망짓이 격해질수록 두려움은 배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베인을 보라. 악당의 표정은 히어로보다 중요한데 얼굴을 마스크로 다 가리고 목소리 변조 따위를 시켜서 옅은 수를 쓰려 하는데다 어마어마한 백스토리에 반전까지 ....

 

 

 

그런 점에서 본다면 놀란이 처음부터 일반인과 영웅과의 관계를 계산하고 들어간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동생과의 각본 작업 중 우연히 그들의 무의식의 세계에의 누군가 그게 맞다고 그들을 종용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일반인을 배재한다면 그건 히어로가 아니라 그냥 SF영화여야 옳은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영화를 히어로 무비라고 생각하지 스타워즈 같은 사아파이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슈퍼맨은 일반인들과의 역학적 관계가 성립 되야 했던 것이다. 사회에 깊이 파고드는 과정이 필요했다. 외톨이처럼 나도는 것이 아니라. 제도 안에 들어가 그들의 일원이 되려는 노력이 없었다. 자길 아껴주는 친구. 보듬어주는 부모님을 스케치하듯 그린 게 전부다. 그들과의 관계도 애틋하기보다 나이 먹도록 방황만 하기 바쁘다. 이미 삶에 대해 쿨한 태도를 가진 아이언맨이 달러를 쓸어 담았는데 투정부리다 우울병 환자가 된 수퍼맨을 관객들이 올타쿠나 보고 있을까. 아니올씨다. 결국 관객은 수퍼맨이 왜 지구를 지키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그도 인간과 대등한 신의 창조물에 불과한데 어디서 감히 여우 짓을 하려는지 말이다.

 

뭐 어찌 됐건 역시 새로움이 있어야 했다. 여기에 놀란은 안타고니스트가 계속 주인공에게 까부는 이유로 그만의 합당한 동기를 부여해 주는 것으로 귀결 짖는다. 역시 그 이상은 없었다. 놀란이 더 앞으로 나아가야 했던 지점은 남들이 악당묘사와 악행 정당성 따위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 구성을 잘했어야 했다. 크립톤행성 저항군 출신이 슈퍼맨이 대적해야 할 사람이 된다는 것 까진 적절한 선택이었으나 어쩔 수 없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반리얼리즘 기반에서 이격이 일어나며 사건이 터진다고 봤을 때 일반인을 간과한다는 건 큰 실수였다. 게다가 슈퍼맨 자체가 일반인이 아니었던 지라 더더욱 분량은 적을 수밖에 없었다. 즉 그 영화 속 세상에서 인간이 병풍이 되는 순간 영웅의 가치도 함께 떨어지는 것이다.

 

 

-추가 단평

스토리를 담당한 놀란과 구체적 이미지 구현에 공들인 스나이더의 조합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지만 너무 안타깝게도 그들이 초구는 포볼이 아닌가 싶다. 이미 모든 게 예상되는 결과 아니었던가. 거기에 헐리웃 히어로 무비 특유의 음악사용에 집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다. 특히 놀란이 제작한 일련의 영화들에 쓰이는 음악들이 난 너무 거슬리는데 그것이 헐리웃 영화 특유의 유행인지 마치 의무적으로 음악을 사용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모든 영화적 효과들은 결국 과잉으로 치닫게 되면 감정에 위배되는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다. 이미지와 사운드를 최대화 시켜서 영화에 몰입 시키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소리는 단순히 들리는 것이 아니라 느껴진다는 점에서 좀 더 세밀하게 계산해야 하는 것이다. 놀란의 역할이 결국 괜찮은 악당을 설정하고 앞으로의 시리즈를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에 기울였다면 그 스토리를 전달하는 툴인 음악이 제 역할을 하려면 차라리 치고 박는 액션장면에 한해서 웅대한 음악을 쓰고 배우들의 숨소리와 스킨의 마찰음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들을 살펴보자. 애프터 어스, 아트무비와 독특한 소재의 영화를 주로 찍어왔던 샤말란은 오히려 음악의 사용을 최소화 시키고 배우들의 감정을 연결하는 신체적 사운드와 3000천년이 지난 지구의 소리에 집중했다. 오블리비언을 보자. 그 영화의 강점은 고요함이다. 그 안을 파고드는 묵직한 기계작동 소리가 사일런스를 해치고 공포감으로 다가온다. 제이제이의 스타트랙은 칭찬할 점이 많은데 우선 (의무적이라 말했던) 블록버스터 특유의 장중한 오케스트라 스코어의 경우 극의 전개상 감정이 극에 닿을 때나 긴박한 상황에서만 적절히 사용되었다. 특히 광속으로 우주선이 튕겨 나갈 때의 사운드는 심장이 덜컹거릴 정도로 효과적이었다고 본다.

 

음악이 이렇듯 적절히 사용되지 않으면 관객은 산발적 이미지가 제공하는 피로도와 마찬가지로 귀의 피로도 동시에 느낀다. 우리가 알아서 느끼게 내버려 두어도 좋을 것인텐데 말이다.

 

근데 이것은 비단 맨 오브 스틸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제 만들어지는 헐리웃 모든 블록버스터의 현실이고 타계해야 할 지점이다. 그래서 도대체 왜 그 천재들의 집합소인 헐리우드에서 이러한 리스크가 있음에도 음악을 과잉되게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때. 어쨌든 눈을 한시도 때지 못하게 막으려는 의도와 동일하게 음악으로 사람들의 의식을 잡아두려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심플함의 미덕 여백과 느림의 미를 알아야 속도전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무조건 자극적인 것은 관객들에게 말초적인 즐거움밖엔 줄 수 없다. 인간이란 동물에게 감동을 느끼게 하려면 마약과도 같은 것은 오래 가지 못한다. 그따위 꼼수는 부리지 말라 돈은 돈 이로되 양심으로 영화를 만든다면 음악의 과잉은 실력이 뽀록나는 것에 대한 하나의 완화 장치일 뿐이니 음악의 사용을 줄이면서 적절히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새로운 방식의 영화음악이 정착됐으면 한다.

 

영화사를 통틀어 훌륭한 영화음악이 어떻게 쓰였는지 보라. 그 곡은 영화의 핵심이며 주된 감정을 담고 있으며 단출하고 명확하다. 산발적 숏을 이어 붙이기 위해 웅장한 사운드를 때려 박는 식은 아니란 말이다. 음악이 나오면 그 영화가 생각나고 영화와 관련된 사적인 추억들이 새록새록 돋아나기 마련이다. 결국 스토리를 잘 전달하고 주인공의 감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우린 또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왜 영화를 볼까.

그 간단한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다면

음악의 사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될 것이다.

히어로 무비 얘기 하려다 음악으로 빠졌네.

물론 나의 글은 일관된 맥락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