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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삼성을 생각한다> - 생각 할수록 두려워진다



저자: 김용철 변호사

 

1.

삼성은 나에게 최고의 한국 브랜드였다. 삼성이 만들면 뭘 만들어도 최고였고. 삼성이 로고가 붙은 제품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입을 하게 만들었다. 우리들이 늘 했던 말. ‘그래도 삼성인데’ ‘삼성은 AS가 좋잖아.“라며 마치 최면에 걸린 듯 그들에게 돈을 지불했다. 다른 회사의 제품을 나열해 놓고 객관적으로 모든 면에서 타 기업이 우의를 차지한다고 해도. 결국 AS를 믿는 삼성을 제품을 구입하게 된다. 물론 오래전의 이야기 이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다. 무조건 삼성 제품이라고 구입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들은 최고다.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의 기업임은 부인할 수 없다. 삼성이라는 이름은 대한민국의 상징적인 기업이 된다. 

 

2.

대학3학년때다. 기숙사에서 아침을 먹으며 벽에 붙은 TV에서 나온 뉴스를 늘 지켜본다. 2007년. 난 TV에서 먼저 김용철 변호사를 만났다. 삼성비리를 들고 나온 것이다. 그가 구조본에 있었을 당시 삼성을 비자금을 관리했고 삼성에서 나온 뒤 천주고사제단을 통해 양심고백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뉴스는 대대적인 보도를 했으나. 그걸 보는 나는 이상하게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원래 그랬던 거 아닌가?’ 과거에도 기업인들의 뇌물수수혐의는 많이 있어 왔지 않는가. 주변에선 받아먹을 거 다 먹고 이제 와서 삼성에게 버림받고 복수하려고 난리친다고 욕하는 사람이 많았다. 난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이러다 총알받이 몇 명 구속하고 시간이 지나면 잊혀 질 것이라 생각했다. 왜냐면 당시의 한국사회는 몇 가지 사건들로 사경을 헤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3.

다 알고 있으리라 그 두 가지는 황우석박사 논문조작사건과. 노회찬의원의 삼성X파일이었다. 난 황우석을 거의 영화 속에나 나오는 영웅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예수님 바로 밑에 황우석이 있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논문이 조작됐다는 PD수첩의 보도와 함께 다음날 대한민국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때도 마침 학생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있을 때였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믿을 수 없었다. 사건의 전말을 알고 싶지도 않았다. 어떻게 이럴 수 가. 암스트롱이 디딘 달 표면은 헐리우드의 어느 스튜디오라는 음모론을 처음 들었을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꿈을 빼앗아버린 사기꾼... 3년 4개월 가량의 시간이 지난 뒤 작년 10월 황우석은 논문조작 및 연구비 횡령등의 명목으로 징역2년의 집행유예 3년을 확정지었다. 현제 검찰과 황우석 박사님 쪽 다 항소가 들어간 상태다. 그리고 황박사는 조용히 그 실험을 계속 하고 있다. 너무나도 복잡한 논문 조작 사건의 진실은 거의 표면에 드러났다. 미묘한 관점의 차이로 인해 재판부에선 무척 고심을 하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완전한 결과는 2~3년이 더 지나야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난 한 인간으로서 황우석을 믿는다.

 


아래의 글은 황우석 박사 항소심이 있던 날 박사님의 최후진술 내용을 그 자리에 있던 한 네티즌이 속기한 내용이다.

 

마침내 증인에 대한 모든 심리가 끝나고 검찰이 일어나 구형문을 낭독했다.

"이러한 일이 향후에 재발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구형을 합니다. 황우석 징역 4년"

그때 방청석에서 한 남자가 외쳤다. "헛소리마. 국민이 바보로 보이나?"

황우석 박사와 변호인은 먼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변호인의 마지막 변론이 시작되었다. 모두 무죄를 주장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재판부의 관용을 당부하는 정상참작 요건을 읽어내려갈 때였다. 모든 과오는 줄기세포 수립을 위한 연구에의 열정에서 비롯되었고 충분히 반성하고 있으며 개인사재를 털어 연구에 사용해온 점을 참작해달라는 황우석 변호인(이봉구 변호사)는 마지막 정상참작 항목에서 잠시 낭독을 멈췄다. 울먹이고있었다.

"황우석 피고인은 서울대 교수직 등 모든 것을 잃고 죽음보다 더한 절망속에서도 오로지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수립으로 국민에게 진 빚을 속죄하기 위해 법정과 연구실을 오가며 노력하고 있음을 살펴주십쇼." 라는 대목이었다.

잠시 후, 피고인 석에서 일어난 황우석 박사는 최후 진술을 시작했다. 다음은 필자가 방청석에서 속기한 황우석 박사 최후 진술 전문이다.

"사실 오늘 이 자리에서 조금전까지만 해도 그동안의 과오를 자숙하는 의미로 최후진술을 사양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상 피고인 3분에 대한 구형과 증언을 들으며 (제가) 아무 이야기도 없이 그대로 있다면 너무 비겁한 사람이라는 악평을 들게될까봐 조심스레 최후진술을 합니다.

저는 이 사건 수사가 끝나고 (검찰에 의해) 기소된 뒤 억지로 잠이들었다가도 새벽녁이 될 때 '사기횡령'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면 소스라치게 잠에서 깨어나 결국 뜬 눈으로 지새우며 살아왔습니다.

지난 20년간 나름대로는 금욕적인 생활과 스스로 정한 생활의 범주를 넘지 않으며 많은 노력을 했었습니다. 남들 다가는 노래방이라는 곳에도 가본 적이 없고, 아침햇살이 환히 비출때까지 잠자리에 누워본 적도 없었습니다. 이와 같은 연구생활을 나눠 온 저와 저의 연구팀의 등에 '사기꾼 집단'이라는 낙인을 맞게 되면서부터 극심한 고통과 혼란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63일 동안 서울지방 검찰청 1235호실에서 8명의 검사님과 수십명의 수사관들에게 심문을 당할 때, 그 이후 약 3년에 걸친 재판과정을 겪어오면서, '왜 수사 또는 재판 과정에 있던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가'에 대한 이해와 동감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이 자체가 저의 운명이고 이 세상에서의 수행과 수양과정이자, 제가 그토록 꿈꾸던 과학도로서의 자세에 다가가지 않을까 다름대로 생각해봅니다.

오늘 저 자신에 대한 변명보다 상 피고인들에 대한 저의 소회를 말하고자 합니다.

먼저 장상식 피고인....제가 오늘 맞고있는 중압감과 고통보다도 장상식 피고인이 법정에 저렇게 앉아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저에게는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제가 안규리 교수의 소개를 받아 장원장을 뵈었을 때 흔쾌히 (연구용 난자제공을) 도와주겠다는 한 말씀에 얼마나 고마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난자제공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마치 (꿔준) 빚 받아가듯이 또박또박 받아가던 어느 분과는 다르구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2005년 1월까지만 해도 저는 장 원장님이 자발적 난자기증을 해주신 분들께 개인 사재를 털어 어느만큼의 시술비를 감면해주셨는지 몰랐습니다. 2005년 3월에 이르러 (장원장님) 개인의 비용이 어느 정도 들어가느냐고 여쭤봤더니 이러저러하다고 듣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최소한도 (제가) 과배란 주사만이라도 공급해드리겠노라 말씀드렸더니 장원장님은 '됐다'고 거부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장원장님께서 저에게 '모든 힘을 다할테니 (난자제공이)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가이드라인을 달라'고 요청해오셨습니다. 저는 그 뒤 의사로서 법학을 다시 공부해 법대교수가 된 당시 국가생명윤리위원회 위원이시던 정규원 교수님을 수차례 만나 법적 자문을 구했습니다. 일주일 뒤 그 분께서 (당시 방식이)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장원장님께 그대로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만일 검찰의 구형을 받아들이시어 장상식 원장께 탓하실 것이 있으시다면 (그것을) 저에게 몰아주십시요. (당시) 장상식 원장님의 행위는 널리 알려지고 칭송받을 일이지 범법자 낙인찍힐 일이 아니라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강성근 교수....가슴 아픕니다. 강성근 교수는 원래 저의 제자가 아니었습니다. (당시) 서울대 총장께서 국제연구를 잘하기위해 너의 연구실에 교수를 1명 더 뽑을 수 있는 T.O 를 주겠다고 하셨을때 총장께 저는 저의 제자가 아닌 국제연구를 잘 할 수 있는 훌륭한 전문가를 영입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후 이병천 교수와 상의해, 이병천 교수의 고등학교 후배인 강성근이 좋겠다고 해서 (당시) 여러 명 대기하던 저의 제자들을 뒤로 하고 강 교수를 신규 교수로 채용했습니다. 강교수 정말 훌륭한 사람입니다. 그 성실성은 누구보다도 뛰어난 사람입니다. 만일 그 때 제가 강교수를 뽑지 않았더라면 강 교수는 (아마) 이 불행한 사태를 접하게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몇 달전 강교수가 입원해 수술을 받은(강성근 전교수는 사태 이후 위암초기로 판명, 수술받았음) 삼성병원에 (제가) 병문안을 갔을 때 저를 붙잡고 강교수의 부인은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저도 23년 전 간암으로 한쪽 간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았던지라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이 너무나 아팠습니다.

이러한 강 교수에게 법의 온정을 베풀어주시기를 간곡히 청합니다.

윤현수 교수...훌륭한 사람입니다. 모교의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던 윤 교수를 위해 제가 당시 한양대 의대 학장님과 해부학 교실 주임교수님을 만나 간청했고 그 뒤 윤교수가 임용되었습니다. 만일 윤 교수도 저와의 이런 인연이 없었더라면...그대로 미즈메디 연구소장으로 있었더라면 아마도 (저와 같이 피고인석에 서는) 이런 불행한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 세 분의 교수...훌륭한 교수들...이 분들에게 (다시) 기회를 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김선종 박사.....

제가 매일 아침 5시50분에 연구실에 출근하면 꼭 10분 전에 그것도 1년 365일 김선종 박사가 먼저 출근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살아오면서 김선종 박사처럼 성실한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해서 그런 범죄행위에 가담했거나 실행에 옮겼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모르고서 (저는) 김 박사를 서울대 의대 교수로 받아주실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만일에...만일에 김 박사가 과거의 일을 진심으로 참회하고 그 성실성을 더욱 배가시켜 참회의 여생을 살아가겠다고 한다면...저는 (그를) 제 연구팀에 합류시키고 싶습니다. 그래서 (지난날) 국민들이 꿈꿨던 그 과학의 열매를 김 박사와 함께 따고 싶습니다.

의례적 인사치례도 아니고, 여기 계신 재판부와 방청석에 호소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저는) 지난 2006년 1월12일 서울대를 떠나며 드렸던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국민들 앞에 드렸던 대국민 약속....(환자맞춤형 줄기세포의 존재) 그 약속을 지키도록하겠습니다. 그리 머지않은 어느날 그 약속을 실천하는 것을 맞으시게 될 것입니다.

저에게는 소박한 꿈이 하나 있습니다. 만일 재판장님께서 기회를 주신다면 저의 마지막 열정을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쏟아붓고 싶습니다. 그 꿈이 실현되는 날이 오면, 10대 여중생 민지가 그 추운 겨울날 청와대 앞에서 오돌오돌 떨며 외쳐왔던...그리고 그 추운 겨울철 어느날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일면식도 없는 저의 이름을 외치며 자신의 몸을 불사른 한 선생님의 유가족을 찾아나서고자 합니다. 그 가족들과 민지와 함께 어느 날 이 서울중앙지법 417호를 둘러보는 그 날이 되기를...

이선봉 검사님, 그리고 ***검사님...고생시켜 드려서 죄송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 어려운 재판을 장기간 끌어오시게 된데 대해 사죄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베푸실 온정이 있다면...저 때문에 불행하게 된 상 피고인들에게 좀더 따뜻한 온정을 베풀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 황우석 박사 법정최후진술(2009.8.24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훌쩍이던 방청석에서는 커다란 박수가 터져나왔다. 법원 관계자들이 이를 제지하려했지만 그 박수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법원의 1심 판결 선고는 오는 10월19일이다.

 

4. 그다음은 삼성X파일에 관련된 사건이다. 다들 알겠지만 엑스파일 이라 함은 당시 삼성그룹의 정경유착과 검찰 로비의혹이 담긴 검사 명단이 담긴 통화 내용을 말하는 것이다. 통화 내용의 주체는 이학수 구조본부장과 홍석현 중앙일보사장이다. 그리고 이 통화내용을 세상에 알린 사람은 진보신당 노회찬 의원이었다. 하지만 당시 검찰은 진상조사 대신 거꾸로 그를 통신비밀보호법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해버렸다. 이것은 엄연히 공익과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국회의원으로서 행한 정당한 의정활동에 재갈을 물리려는 행위였다. 또한 검찰은 언론과 더불어 삼성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과 재벌, 검찰과 언론의 4각 구도로 짜인 권력층의 총체적 부패 고리의 상징인 '삼성 X파일‘의 이름을 불법도청을 상징하는 '안기부 X파일'로 슬쩍 바뀌어버렸다. 어처구니없다. 그 뒤 노회찬의원은 작년 2월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고, 12월 2심에선 당당히 무죄를 선고 받았다. 난 그날 아침 신문의 헤드라인 기사를 보고 기쁨의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사법부의 정의가 아직 살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의 글은 무죄선고를 받을 당시 노회찬 의원의 최후진술 내용이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제가 본 법정에 서게 된 것은 이른바 삼성 x파일 내용의 일부를 공개하였다는 이유와 그 허위사실로 인해 개인의 명예가 훼손 당했다는 주장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삼성 x파일 사건의 본질은 불법도청에 있지 않습니다. 불법도청은 손가락일 뿐이며 그 손가락이 가리킨 진실의 달이 바로 삼성 x 파일입니다. 불법도청은 되풀이 되어선 아니 될 위법행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x파일에 담긴 진실이 훼손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삼성 x파일 사건은 대화의 당사자인 홍석현, 이학수씨나 이들의 대화과정에서 등장하는 몇몇 개인에 관한 사건이 아닙니다. 삼성 x파일에서 제가 발견한 것은 보호받아야 할 사생활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훼손하고 국가의 기강을 뿌리 채 뒤흔드는 범죄의 현장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유수의 언론사 사주와 최대 재벌그룹의 최고위직 간부가 일년여에 걸친 기간동안 수십차례 만나서 범죄를 모의하고 집행을 확인하는 믿기 힘든 사실이었습니다. 뇌물을 건넬 전현직 검사리스트를 놓고서 ‘누군 얼마 누군 또 얼마’라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선 차라리 눈을 감고 싶었습니다. 한 사람이 범행을 지시하면 다른 한사람이 복창하며 받아 적는 대목에선 귀를 막고 싶은 심경이었습니다.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온전한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어야 할 대통령선거에 수백억원의 자금을 동원하여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주권자인 국민의 권리를 명백히 침해하는가 하면 국가의 수사 및 소추권을 전담하고 있는 검찰의 고위간부뿐 아니라 소장검사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불법뇌물을 제공하거나 그 계획을 모의함으로써 공공의 이익이 현저하게 훼손당하는 참담한 현실을 x파일에서 목격하였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본질은 한 국가를 좌지우지 하려한 거대 자본의 불법행위와 횡포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의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2005년 7월 중순부터 각 언론사의 보도를 통해 삼성 x 파일의 내용이 공개되기 시작했습니다. 7월 21일 KBS가 홍석현, 이학수씨의 실명을 보도했고 7월 22일 MBC는 세칭 떡값검사의 직책과 성명이니셜을 보도하였습니다. 월요일인 7월 25일 중앙일보는 신문 1면에 <다시 한번 뼈를 깎는 자기 반성을 하겠습니다>는 제목의 사과사설을 실었고 같은 날 삼성그룹 역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x파일이 홍석현, 이학수씨의 대화임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리고 7월 26일 홍석현 주미대사가 <이번 일로 많은 국민의 가슴에 상처를 남긴 것 같아 가슴 아프다. 그분들에게 용서를 구할 뿐이다>는 말을 남기며 대사직 사임을 발표하였습니다.

 

국민들은 경악하였습니다. 세풍사건등 지난 시기 불법대선자금 사건에서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던 진실들이 삼성 x파일을 통해 퍼즐조각 맞추듯 드러나는데 놀랐고 풍문으로 짐작하던 자본, 권력, 검찰, 언론의 유착관계의 실상이 사실로 확인되는데 국민들은 놀랐습니다. 참여연대와 천주교정의구현 사제단이 이건희, 홍석현, 이학수씨와 이니셜로 지칭된 떡값검사들을 고발하였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은 분노하였습니다. 70%의 국민들이 x파일 사건 수사를 검찰에 맡길 수 없다며 특별검사제 도입에 찬성하였고 73%는 x의 내용을 공개하는데 찬성하였습니다. 8월 11일 민주당 이은영의원등 146명은 x파일 내용공개를 위한 특례법안을 제출하면서 그 제안 이유에서 <1997년 제 15대 대통령선거 당시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대기업의 사주가 언론사 사장을 통해 대선후보들에게 불법정치자금 또는 뇌물을 제공하였고 대기업이 평소 중요한 국가기관인 검찰의 주요 간부들에 대하여 이른바 떡값을 제공하며 지속적으로 관리해왔음이 드러났다>고 규정하였습니다. 한나라당 역시 강재섭의원 등 141인이 <안전기획부의 불법도청자료 중에 대기업이 정치인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검찰의 주요인사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정치권력과 대기업, 언론사의 유착관계가 드러나 국민들의 의혹과 진상규명의 요구가 높다>면서 특검법안을 발의 하였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참여연대의 고발사건을 수사를 위해 7월 26일 공안2부장을 팀장으로 공안2부 검사 4명, 공안 1부 검사 1명, 특수부 검사 1명으로 수사팀을 구성했다고 발표만 했을 뿐 불법수집증거 운운하며 수사를 미루고 있었습니다. x파일에 자신의 실명이 거론된 법무부 차관은 국회 8월 22일 법사위에서 <7월 21일 모 방송국 9시뉴스에 떡값 명단 소문이 있던 터에 녹음테이프를 입수한 대검관계자가 자신에게 떡값명단에 들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고 진술하였습니다. 국민들의 빗발치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불법수집된 증거이므로 이를 토대로 수사할 수 없다고 하던 검찰이 정작 수사대상에게는 불법수집된 증거 내용을 알려줌으로써 사실상 수사를 방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바로 이런 상황에서 x파일의 내용을 입수한 제가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제가 x파일 내용을 공개한 날 한나라당 홍준표의원조차 KBS와의 인터뷰에서 “노회찬의원은 권력비리를 감시 비판해야 하는 국회의원의 헌법적 의무를 다한 것이므로 헌법의 하위법인 통신비밀보호법으로는 규제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x파일의 세칭 떡값검사 명단에는 현직 법무부차관과 고등검사장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현직 법무부장관이 삼성 x파일 사건에 대해 ‘정치권력, 언론, 자본, 검찰, 과거 안기부 등 거대권력 남용의 종합판이자 결정판’이라 평가하면서도 필요하다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겠다고 할뿐 속수무책의 태도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 법사위원이 제가 어떻게 해야 국회의원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입니까? 명예훼손 등으로 저를 고발한 분은 사실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문제제기 하고 있습니다. 2005년 12월 14일 발표된 서울중앙지검의 중간수사결과에서도 이 건과 관련하여 <자의에 의한 자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사실확인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확인에 나서지 않는 검찰을 그나마 나서게 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삼성 x파일 사건이 나라를 뒤흔든지 이제 4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4년이 지난 오늘의 현실은 제가 x파일 내용을 공개하던 당시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거대권력 남용의 결정판이었던 x파일 사건과 관련하여 단 한명도 기소되지 않았고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떡값수수의혹 전현직 검찰간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수사조차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17대 국회의원 거의 전원이 발의했던 특검법도, x파일 공개 특별법도 자동폐기 되었습니다.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한다며 대사직을 사임한 사람은 이제 x파일 대화 자체를 부인하며 테이프 조작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안개가 걷히면 본래의 풍경이 뚜렷이 드러나듯이 x파일 사건이 지나가면서 남은 것은 공공의 이익과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앞장선 두 사람이 법정에 피고의 자격으로 서 있는 모습뿐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본 법정에서 마지막 진술을 하는 이 순간까지도 제가 당시 국회의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는지 스스로에게 되묻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 법정에서의 재판은 저 한 사람의 행위에 대한 판결을 넘어서서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이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올바른 길인지 전범을 만들어내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재판장님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5. 

황우석 박사도 노회찬 의원과 같이 곧 무죄를 선고받을 것이라 믿는다. 바로 이 두사건 때문에 당시 김변호사의 양심선언에 관심이 가지 않았던 이유다. 하지만 또 그만큼의 시간이 흐른뒤 친구의 추천으로 책을 읽게됐다. 그리고 책엔 삼성이라는 회사의 본질을 그대로 가감없이 그가 직적 보고 경험하고 느낀것을 기록하고 있다. 조금은 심할정도로 자신이 몸담았던 검찰에 대해 숨김없이 고발한다. 이것은 겉은 화려하지만 검은 부폐로 얼룩진 삼성이란 기업의 만행을 고발한 책이자 대한민국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읽다보면 얼마나 사무쳤으면 이럴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표현강도가 높다. 심지어 후반부에 가면 삼성일가 사람들이 괴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야 어쨌건 김용철 변호사가 이책을 쓴 이유는 바로 이렇다. 나역시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말한다.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정의"라고. "질 게 뻔한 싸움에 뛰어드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내생각은 다르다. 정의가 패배했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거짓이 이였다고 해서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도 아니다. " 정의가 이긴다"는 말이 늘 성립하는 게 아니라고 해서, 정의가 패배하도록 방치하는 게 옳은 일이 될 수는 없다. 나는 삼성 재판을 본 아이들이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게 정의"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봐 두렵다. (-김용철-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7. 

이 책은 아직 영화화 되지 않았다. 출판당시 일간지들이 일제히 광고를 거부했고. 그 일을 계기로 독자들이 자발적인 광고와 판매독려를 했다. 그리고 현제 15만부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으며 2010년 출판인이 생각하는 상반기 최고의 책에 1위를 하였다. 현제 편집부에서 엮은 <삼성을 생각한다2>가 출판되었다.


8

한 가지 의문. 과연 김용철 변호사는 아무것도 모르고 삼성에 들어갔을까 이다. 김변호사는 책에서 밝힌바. 자신은 글로벌한 기업 삼성에서 경영을 공부하기 위해 들어갔지 비자금을 관리하러 들어간 것이 아니라고 밝히며 입사를 하고 보니 그들은 자신이 검찰출신이라는 점을 들먹이며 검찰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하는 일을 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더불어 어떻게 하면 이건희 회장의 비자금을 보호하고 늘릴 수 있을지 오직 그것에만 포인트를 맞추고 일을 시켰다고 한다. ‘몰랐다.‘ 난 이 말이 조금 의심된다. 검찰에 몸담았던 사람이. 과연 몰랐을까......부장검사의 자리까지 바라보던 촉망받던 검사가 애들도 아는 정경유착을 과연 몰랐을까 하는 의문이다. 그것에 대한 답은 나와 있지 않다. 검찰에서 일할 때는 스스로 떳떳하고 정직하며 때로는 너무 가혹할 매정하다 할 정도로 법을 수호하였다고 한다. 그의 대답이 궁금하다..


9.

당시에 김변호사가 욕을 많이 먹었던 이유 두 가지가 있다. 받아먹을 것 다 받아먹고 회사에서 버림받게 되니 앙심을 품고 저러는 것 아니냐. 떳떳하지 못하다라는 것이 첫 번째다. 하지만 이 부분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통한 그의 양심고백이라는 글을 읽고선 어느정도 해소가 되었다. 하지만 돌이킬수 없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덕분에 이건희의 차명계좌로 있던 삼성생명의 주식이 사법부의 승인을 통해 합법적인 재산이 되었다는데 있다. 이 책에도 그 내용이 나오는데 꼴이 우숩다. 이건희를 폭로하려 했지만 결국 이건희의 재산을 증식시켜주는데 큰 역할을 해낸 것이다. 대한민국의 어떤 나라인지 감이 오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