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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써니> 강형철 감독의 진화와 그 모든 것


써니에 대한 스포일러 딱히 없음.


필자. 강형철의 영화에 대해 언급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시사회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 생각을 정리할 겸 글을 쓰고 있다. 
그의 부담스러운 검정색 뿔테안경을 보면서 말이다. 
마치 누군가 사진에 매직으로 장난을 쳐놓은 것 같지 않는가? 아무튼...





웃고있는 사진을 퍼왔다. 이유는 아마도 이 감독은 올해 계속 웃을일만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솔직히 놀랐다. 손익은 기본이고 이 영화는 상당히 흥행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설사 흥행하지 않더라도 영화적으로 그는 성장했다.

사실 이것이 중요하다.

데뷔작으로 흥행을 한 감독에게 다음 영화가 성장이 된다는 것 이것은 축복이다.
아마도 

그는 충무로에서 아주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작년 초 지인을 통해 써니의 시나리오를 먼저 접했을 때 난 그의 글에서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저그런 추억을 되짚어 보는 상업영화이겠거니 생각했다. 거기다 전작에서 엄청난 홈런을 날렸으니 어깨에 힘좀 들어 가셨겠다. 자칫 나홍진 처럼 제대로 말아먹을 수도 있겠구나 조심해야겠네 따위의....생각을 했다. 이렇듯 예산이나 케스팅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그가 칠공주이야기를 한다는데. 의아했다. 그것도 직접 쓰신 시나리오로 말이다. 800만 감독 즘 되면 뭔가 야심이 느껴질 만하기도 한데 그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줌마들의 이야기를 한단다....

미안하지만, 읽는데 이틀이나 걸렸다. 개인적인 취향에서 벗어났기도 했고 ..... 아니 여고생 얘기에 나이든 아줌마들 나오고 지지고 볶고 하는 게... 흥미롭게 읽혔을까? 지금 다시 읽어도 재미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 내가 글을 쓰게 한 이유가 스며있다. 그토록 재미없게 읽혔던 시나리오를 가지고 그는


"성공했다."  

그리고 마음속 한 구석에 가지고 있던 과속스캔들 흥행에 대한 의구심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당시에 800만이라는 숫자를 접하며 한국 관객의 수준을 겨우 이정도로 가늠해야 하는가! 하는...
절망어린 시선을 가지기 까지 했는데...ㅠㅠ
 



딱히 긴말을 할 필요가 있을 지는 모르겠다만 요점만 정리하고 글을 마쳐야 겠다. 
7공주 이야기 이니까. 7가지정도로 생각나는데로....
아 정말이지...요즘은 쓰는게 힘들다.ㅋ


1. 이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오며 처음 든 생각은 나중에 개봉을 하게되면 어머니와 함께 다시 보러와야 겠다는 것이다 . 아마도 이점에 있어선 강형철은 성공한 것일 테다. 며칠전 신문에 그의 인터뷰가 실렸는데 작업을 하면서 어머니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아마도 이번 영화는 숨겨진 아줌마 관객의 지갑을 여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이 언론매체는 조선일보다. 한때 전두환정권을 찬양했던 언론사...강형철이 새롭게 묘사하고자 하는 그때가 바로 전두환 때다.

재미있다.....
당시를 어떻게 묘사하는지는 영화를 보고 눈으로 확인하길 바란다.





2. 캐스팅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전적으로 내 기준에 단 한명의 스타도 없다. 심지어는 2011년 기준으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배우가 단 한명도 없다. 이것은 강형철 감독의 소신이 깊게 베어나오는 대목이다. 과거 과속스캔들에선 한때 독립영화계에서 이름을 날렸던 임지규라는 배우가 박보영의 상대역으로 나왔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그는 자신의 캐릭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해 정말이지 연영과 신입생보다 못한 연기를 펼쳤는데 난 이때 강형철이 나름 독립영화계의 스타인 그를마음데로 컨트롤 하지 못한 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써니를 통해서 강감독의 잘못이 아닌 임지규가 바보짓을 했다는 것으로 생각을 바꾸게 된다...그렇다. 어쨌건 연기력은 좋지만 요즘 뜸한 배우들을 기용한 것이 적절한 계산이었다고 생각이든다. 이것 때문에 자연스럽게 극에 대한 몰입도가 커진다. 감정이입이 쉽게 이루어진다. 특히 심은경과 그의 친구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밖에도 새로운 발견이 무척 많았다. 반가운 일이다. 아마도 써니의 배우들은 과속스캔들 처럼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배우들은 강감독에게 무한 감사와 영광을 바쳐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캐스팅의 성공은 충무로 영화에 있어서 아주 좋은 선례로 남게 될 것이다. 이래야 한다!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걸작
<은하해방전선>의 주인공 임지규 요즘 연기력 안습이다.


3. 플레쉬백에 대한 무난한 처리방식이 좋았다. 대체적으로 영화 안에서 현실의 인물들이 과거의 추억을 회상할때 누가 누군지 구분이 안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드라마를 따라가기가 조금 버거워 질 때가 있다. 하지만 써니에서는 과거의 칠공주가 현제의 아줌마가 된 본인과 이미지적으로 정확히 매치가 될 뿐만 아니라. 회상으로 넘어가거나 다시 현제로 돌아오는 장면 연출을 기가막히게 해내어 매치를 못시키는 사람이 있다면 바보라 불러도 될 정도다. 물론 이런 세세한 부분은 내가 재미없게 읽었던 시나리오에는 없던 것들이고 바로 이를 일컬어 '연출'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는 텍스트에선 느낄 수 없는 장면들을 훌륭하게 연출해내었다. 특히 유호정이 아이들이 등교하는 학교 앞에 서있을 때 과거의 자기 자신(심은경)으로 뒤바뀌는 장면은 정말 짜릿했다. 이련 효과는 이후로도 다양한 방법으로 지속된다. 



7공주인데 밑에 한명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맨 왼쪽의 어른이 된 민효린이 없다. 
이유는 영화를 보면 알게된다.^^



4. 큰일났다 7개 쓰기로 했는데 잠이온다. ㅠㅠ 음...그리고. 음악의 사용이 뛰어났다. 강형철은 전작에서도 팝음악을 대해 상단한 애착을 보였는데 여기서도 선곡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 과속스캔들이 상영중일때 차태현이 라디오스타에 나와 강감독에 대해 말한 것이 기억난다. 농담반 진담반,,, 물론 홍보할 때니까 800만 잭팟이 터지기 전이다. "감독님이 신인이라서 잘 몰라요", "음악을 쓰는데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없어요." 등 좀 듣기 민망한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유머였겠지만. 비지니스적인 사용은 몰라도 음악 좀 들을 줄 아는 감독임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시나리오 작업때 미리 곡을 선택하는 경우 이후에 편집하는 상황에서 대부분 잘 맞아 떨어진다. 감독들이 그 노래를 들으며 글을 쓰고 콘티를 그리기 때문이다. 지인들의 말로른 과속스캔들 현장에서 배우들이 강감독을 신인이라고 무시한 적도 있다고 하는데. 역시 감독은 결과로 말해야 한다. 이제 그 누구도 강감독을 보고 뭐라고 못한다.


헬로우 고스트로 또 흥행을 한 차태현.
써니에도 출현한다. 
하지만 뭔가 애매하다. 필모에 올리기 좀 애매할 정도로 등장하는데
그 장면에서 웃는 사람도 꾀있었다. 


5. 착한 영화의 탄생. 한국에서 흥행하는 영화를 보라. 죽이고 죽고 욕하고 때리는 영화가 많다. 하지만 강형철의 두편의 영화를 머릿속에 떠올려 보면 도대체 악한 사람이라곤 한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누가 누굴 죽이거나 복수하거나 심한 욕설을 퍼붓거나 심지어 사고로 죽길하나...도대체 이렇게 착한 이야기의 영화가 한국에서 흥행할 수 있다는 건 기적이다. 이것은 분명 관객들이 극장에서 다른 영화들에서 충족시키지 못하는 어떤 따뜻한 내면을 건드렸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난 아직도 과속스캔들의 800만이 이해할 수 없는 스코어지만 써니를 보고선 적어도 강형철 감독의 내공에 대해선 문제삼을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봉준호가 두번째 연출작 <살인의 추억>을 내놓았을 때 느꼈던 100보 전진을 느꼈고 김지운이 두번째 영화 <반칙왕>을 만들었을 때의 느꼈던 그만의 유머를 느꼈으며 최동훈이 두번째 영화<타짜>를 만들었을 때 배우와의 완벽한 호흡을 느꼈으니 말이다. 그는 어떤 시나리오를 가지고도 재미있게 연출해 낼 감독이라는 생각이 든다.


6. 5공 때의 묘사가 참 재미있게 잘 되었다. 대사에 간간히 묻어나는 정치적 중립성과 평화에 대한 예찬이 듣기 좋았다. 그리고 록키를 상영하는 극장 앞에서 시위대와 전경들 그리고 칠공주가 뒤섞여 싸우는 장면에선 그 자체로 유머가 철철 넘쳐 흐른다. 굳이 구태의연한 상징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해도. 정치성이 다분할 장면을 유머로 맞받아 친다. 전경과 대학생의 대립 안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들끼리 싸우는 장면을 고속촬영을 하여 풍자성이 농후하게 만들었다 ....강감독 그는 고수다. 고수, 이 장면은 마치 <빌리엘리어트>에서 빌리의 형이 전경들을 피해 도망다니는 장면들과 느낌이 비슷한데.... (너무 과장된 비굔가?ㅋㅋㅋ정신이 혼미하다. 자고싶다...ㅠ하지만 지금 아니면 쓸 시간이 없기에..)   


7. 아무튼 영화를 보며 좋았던 점이 더 있었는데 갑자기 생각이 안난다. 영화, 여튼 좋았다. 솔직히 이런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박찬욱의 일련의 영화들이나 최근에 봉준호의 <마더>나 이창동의 <시> 김기덕의 <비몽> 인간 내면의 이야기를 하는 아티스틱한 영화를 좋아한다. 강감독의 영화는 여전히 내 취향은 아니다. 너무 상업적이다. 디즈니에서 만드는 일련의 영화들에서 느껴지는 감성이랄까... 가족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영화 말이다. 하지만 디즈니 가족영화라고 결코 무시할 수 없듯이. 아무리 취향이 아니더라도 잘 만들어진 영화는 잘 만들었다고 칭찬해주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써니는 훌륭한 상업영화다. 굳이 비교하자면 비슷한 라인의 윤제균감독은 난 아직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강형철은 적어도 그보다 한수 위다 그리고 언젠가 그도 천만 감독의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나의 큰 변화는...

강형철 감독의 세번째 차기작이 과연 뭐가 될까 벌써 기다려진다는 것이다...




훌륭한 감독이 나타났다!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