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분 45초부터 다시 시작한다..
1(50)커텐이 쳐진 방안, 카메라의 위치가 조금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요코가 방에 들어오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불을 켜고 커텐을 연다. 그리고 우유를 냉 장고 안에 넣는다. 카메라는 요코를 따라 움직이며 이전까지 몰랐던 방의 부분들을 보여준다. 입구가 보여 지고 냉장고의 위치가 보여 진다. 이렇게 우리는 차츰 요코의 방에 대해 알게 된다. 그것은 곧 요코 라는 존재, 요코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요코의 생활양식을 아는 것과 같다. 이 영화를 보는 우리는 요코에게는 이 방에 초대된 손님이다. 요코는 자신의 움직임을 쫓는 관객의 시선을 붙들어 자신이 살고 있는 방의 구조를 하나하나 보여주고 우리로 하여금 그 방을 재구성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함부로 방을 둘러볼 수 없다. 언제나 이 방에 있는 인물들의 동선에 의해서만 알 수 있다.
2.(51)방안, 전화가 오고 요코는 받는다. 그리고 대화내용을 통해 엄마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엄마가 내일 이 방으로 올 것임을 알 수 있다. 요코는 전화를 끊고 프레임 아웃한다.
3.(52)방안, 잠을 자는 요코. 초인종이 울린다. 그리고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요코는 자고 있다. 잠시 후 일어난 요코는 프레임 아웃한다. 그리고 화면 밖으로 하지메의 목소리가 들린다. 요코가 들어오고 잠시 후 하지메가 들어온다. 둘은 방안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요코는 잠을 더 잔다.
4.(53)하지메에 의해 부엌이란 공간이 처음으로 보인다. 부모님의 집에선 부엌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유리창과 마루와 함께 보여줬지만 요코의 집에선 방과 나누어서 보여 진다. 방 구조의 차이. 자세히 말하면 카메라는 부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부엌에 있는 하지메를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메의 프레임안의 부엌의 일부분만 보여 진다. 그 위로 라면을 먹는 요코의 소리가 들리고 카메라는 라면을 먹는 요코를 보여준다. 카메라는 지금 요코가 있는 방과 하지메가 있는 부엌을 연결시켜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라면을 먹는 요코가 있는 방안으로 하지메가 음식을 들고 프레임인해서 들어온다. 그리고 음식을 식탁에 두고 오른쪽 프레임 밖으로 나간다. 요코가 음식을 먹고 화면 밖 하지메에게 시선을 던지고 뭐하냐고 물으면 하지메가 노트북을 들고 다시 프레임 안으로 들어온다. 우리는 노트북에 그려진 그림을 볼 수 없다. 그저 둘의 대화를 통해서 그림을 상상 할뿐이다. 다시 말해서 둘의 대화를 통해 가상의 그림이 우리에게 보여 지는 것이다. 그림을 볼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시각이 아닌 대화라는 소리의 형태로 우리 눈에 보여 지는 것을 말한다.
5.(54) 노트북화면 클로즈업, 노트북에 그려진 그림을 눈으로 본다. 이 쇼트는 동화책을 보던 요코의 쇼트와 같은 클로즈업이다. 앞의 쇼트에서 소리로 보였던 것이 시각으로 보여 진다. 전철이 여러 대 겹쳐서 둘러쳐져있고 그 가운데 마이크를 든 태아가 외롭게 웅크리고 있다.
6.(55) 다시 한번 4.(53)의 쇼트로 카메라는 빠져서 노트북을 보는 요코와 하지메를 보여준다.
7.(56) 다시 노트북의 그림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준다. 5(55)쇼트보다 와이드 한 사이즈로 카메라는 요코의 얼굴로 움직인다.
요코
전철소리를 녹음하다보면 전철 안에 숨겨진 뭔가를 알게 될까? 뭘 듣는거야? 네가 듣는 건 뭐야?
하지메
글쎄 매번 들이는 게 틀려...매번 달라지는 게 재밌어..
하지메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카메라는 노트북의 그림과 요코의 얼굴을 오간다. 그런 카메라의 운동과는 상관없이 둘의 대화는 화면위에 지속된다.
8(57) (음악이 흐르고) 화면은 오직 그림으로 가득 찬다. 그 위로 둘의 대화는 지속되고 키보드 키를 누르는 소리와 함께 그림은 와이드에서 점점 줌으로 들어가고 전철안의 태아에게로 다가간다. 세계 속의 인간, 집 혹은 카페속의 인간, 전철속의 태아, 요코의 뱃속의 태아...음악은 흐르고 영화는 다시 시작한다.
1.(58)다시 카페, 들어오는 요코, 그전에 앉던 자리에 앉는다. 주인이 왼쪽에서 프레임인해서 들어와 주문을 받는다. 요코는 우유를 주문하고 주인은 프레임 아웃 한다. 요코는 노크북을 꺼내고 주인은 다시 프레임인해서 우유를 놓고 프레임 아웃 한다.
2.(59)좀더 타이트하게 요코에게 다가간 앵글, 요코는 전화를 건다. 전화를 받지 않는지 음성을 남긴다. 아마도 하지메에게 건 것이다.
3.(60) 골목을 걸어오는 요코, 옆 가게의 문을 열고 하지메가 왔는지 묻고 다시 길을 걷는다. 모퉁이에 어떤 여자와 서있는 하지메의 친구, 하지메에 대해 묻자 친구는 전철소리 녹음하러 갔다고 말한다. 요코는 길을 간다.
4.(61) 개천가 위를 엇갈리며 오가는 여러 대의 전철들.
5.(62) 역으로 들어오는 전철, 내려서 걸어가는 요코, 사람들 틈에 섞인다.
6.(63)어느 카페, 사진첩을 보는 요코, 그 옆에 어떤 할머니가 있다. 우리는 이 사람이 지앙원여의 부인이 였음을 알 수 있고 요코는 사진첩을 보며 지앙원여에 얽힌 추억을 할머니로부터 얘기 듣고 있다.
7.(64)한 장 한 장 넘겨지는 사진첩, 이 쇼트는 앞에 노트북과 동화책을 잡은 쇼트와 같은 앵글이다. 우리는 여태까지 요코의 말로 통해 보던 사람을 사진을 통해 시각적으로 보게 된다.
8.(65)화면은 이전에 노트북그림을 보여 줄 때처럼 화면가득 사진을 보여준다. 그리고 음악이 흐른다. 스틸사진은 쇼트를 바꾸며 한 장 한장 넘어 간다. 요코와 얘기를 나누는 할머니의 젊은 시절모습과 얘기로만 알 수 있었던 지앙원여의 모습이 사진으로 보여 진다. 지앙원여의 음악은 그의 사진과 그를 추억하는 사람들의 대화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이미지가 되어버린 지앙원여는 그 두께를 더해간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과거라는 시간이 만들어 놓은 이미지 위에서 존재하며 그렇게 현재는 매번 다시 되돌아오고 시작되는 것이고 사건은 하나의 이미지가 된다. 음악은 계속 된다.
9.(66)그곳을 나와 육교를 올라가는 요코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 옆에 커다란 버드나무가 바람에 흔들린다. 음악은 계속 된다.
10.(67)(음악은 꺼지고) 육교 위를 내려가는 요코의 모습이 롱숏으로 보인다. 전화를 거는 요코, 카메라와 요코사이에 자동차가 마구 지나다닌다.
1.(68) 기관사가 출발을 외치고 전철이 움직이면 카메라는 왼쪽으로 움직여 창밖을 보고 있는 요코를 보여준다. 안내방송이 흐르고 창문너머로 다른 전철이 스쳐지나간다.
2.(69)스쳐 지나는 다른 전철 안에서 요코가 탄 전철이 지나가는 걸 보여준다.
3.(70)전철 안, 창밖을 바라보는 요코
4.(71)요코가 탄 전철 유리창 너머로 건너편 전철에서 소리를 녹음하고 있는 하지메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요코는 보지 못한다. 지금 두 대의 전철은 같은 방향이지만 서로 다른 속도로 가고 있다. 그래서 둘은 마주치지 못한다.
5.(72)정거장에서 기다리는 아버지의 모습. 전철이 도착하고 요코가 내리고 엄마는 지금 참배하러 갔다며 기다리자고 한다. 벤치에 앉아 엄마를 기다리는 요코와 아빠. 여기 없는 엄마에 의해 둘은 같은 공간에 머문다.
6.(73)요코의 집앞, 걸어오는 요코와 엄마, 아빠. 집 앞에 멈추고 들어가는 모습은 소리로 보여 진다. 카메라는 인물과는 상관없이 자신만의 리듬으로 2층집을 비춘다. 밖에서 본 요코의 방. 우리는 여태까지 요코의 방안은 보았지만 요코의 집 앞, 외관은 보지 못했다. 엄마아빠는 우리의 시선을 이끌고 지금 요코의 집 앞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요코의 방이 어디에 위치해있는지 보여준 것이다. 우리는 지금 요코의 행동반경을 방에서 집밖까지 넓혀 생각할수 있게 되었다. 요코가 방을 나와 외출할 때 이 거리를 지나갔을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7.(74)방안, 엄마, 아빠는 요코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온다. 여기선 TV소리대신 자동응답기소리가 방안을 채운다. 엄마는 집안구조에 대해 잘 모르고 살림살이가 어딨는 지 잘 몰라 요코에게 묻는다. 그리고 작은 방안에서 요코와 엄마는 냉장고와 부엌을 오가며 활발히 움직이고 카메라는 그들을 따라 움직인다. 하지만 여전히 아빠는 어디에 있어야 할지 모르는 듯 한자리에 가만히 멈춰서 있다.
8.(75)부엌에서 음식을 하는 엄마, 요코의 목소리에 따라 카메라는 천천히 요코와 아빠가 있는 방안을 보여준다. 잠시 후 엄마는 음식을 가지고 방안으로 들어온다. 식탁 앞엔 여전히 아빠혼자 앉아있고 요코와 엄마는 일어 선채로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러다 요코와 엄마가 식탁주변에 앉자 이번에는 아빠가 창가 쪽으로 가 앉는다. 식탁주변에 가족이 다 모이지 않는다.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는 건 요코 혼자이고 엄마는 다시 부엌으로 프레임 아웃 한다. 그리고 창가에 있던 아빠는 식탁으로 온다. 엄마가 나가자 아빠가 온다. 식탁엔 아빠와 요코가 있다. 잠시 후 엄마가 음식을 들고 프레임인하고 아빠와 요코는 식탁에서 음식을 먹는다. 이때 엄마는 뒤쪽으로 밀려나 있다. 아빠는 요코에게 음식을 덜어 줄뿐 말이 없다. 딸은 더 이상 아이가 아니고 임신을 해서 엄마가 되어야 한다. 엄마가 된다는 건 또 다른 가족을 만든다는 것. 그래서 이들 세 명은 한 식탁에 모일 수 없다. 아빠가 오면 엄마가 나가고 엄마가 오면 아빠가 나가고 혹은 요코 혼자이거나 한 식탁에서 밥을 먹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버린 걸까...
9.(76)이웃에 있는 주인집 앞, 요코와 엄마가 와서 초인종을 누르고 술과 잔을 빌린다. 이 장면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주인집의 위치와 여주인 즉, 초반에 목소리로만 등장했던, 요코가 파인애플 케잌을 건넸던 인물을 시각적으로 보게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는 영화에서 초인종소리는 들었지만 초인종 누르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 이 장면을 통해 초인종을 누르는 모습이 보여 진다. 요코의 방 중심으로 주변에 위치한 것들을 다시 구성할수 있게 되었다.
10.(77)방안, 식탁 주변에 요코와 아빠가 있고 엄마는 조금 떨어져 있다. 요코와 엄마는 임신한 사실에 대해 얘기하고 이 장면에서 우리는 요코와 관계를 맺은 남자에 대해 알게 되고 대만인이란 사실 역시 알게 된다. 아빠는 말없이 술을 마실 뿐이다. 화면 앞에 엄마의 모습이 있고 뒤쪽에 요코의 모습이 작게 보인다. 초인종소리가 들리고 초밥배달이 온다. 엄마와 요코의 대화는 중단되고 엄마는 돈을 내러 프레임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방안엔 요코와 아빠 둘만이 남게 된다. 다시한번 분위기가 바뀐다. 한 화면 안에 이전과는 다른 세계가 흐른다. 인물이 나가고 들어옴에 따라 세계는 바뀐다. 화면밖목소리로 존재하는 엄마와 화면 내 침묵으로써 존재하는 아빠와 요코. 초인종은 기어코 엄마를 프레임 밖으로 불러내고 프레임 내에 아빠와 요코 둘만이 대면하는 세계를 만들어 놓는다.
11(78)거리, 초밥통을 들고 걸어오는 요코. 초밥가게 앞에 멈춰 서서 문을 열어 불러보지만 아무도 없는 듯 밖에 있는 배달바구니에 담아두고 걸어간다.
12(79)정거장, 전철이 오는 걸 바라보는 요코. 전철이 도착하고 문이 열린다. 요코가 타고 전철은 출발해서 떠난다.
13(80)전철안, 창밖을 바라보는 요코
14(81)정거장, 들어오는 전철은 멈춰 선다. 문이 열리고 내려서 걸어가는 요코의 뒷모습이 보인다.
15(82)전철 안, 자리에 앉아 졸고 있는 요코
16(83)멈춰선 전철, 문이 열리고 하지메가 마이크를 들고 탄다. 소리를 녹음하고 있다. 요코를 발견하고 그 앞에 선다. 카메라는 자는 요코의 얼굴과 그 앞에 서 있는 하지메의 얼굴을 오간다.
17(84)정거장, 들어오는 전철. 문이 열리고 하지메와 요코가 같이 내린다. 전철은 서로 떨어져 있던 둘을 품안에 안은 채 마법처럼 같은 곳에 내려준다. 하지메는 마이크를 들고 소리를 녹음하고 있다. 떠나는 전철소리를 담는다. 요코는 그 옆에 서 있고 건너편으로 전철이 들어온다. 눈을 감고 있던 요코 앞에 전철은 하지메를 데리고 온 것이고 둘을 만나게 해주었다. 하지메는 전철소리를 담으면서 이런 비밀스런 우연과 만남, 운명에 대해 알 수 있다고 믿는다.
18(85)빠르게 지나쳐가는 전철 너머로 얼핏 요코와 하지메가 보인다. 그리고 전철이 다 지나가기 전에 컷을 한다.
19(86) 개천가 위로 여러 대의 전철이 얽히듯 스쳐지나간다. 그 위로 엔딩음악이 흐른다. 전철은 수많은 인연을 실은 채 알 수 없는 운명에 이끌러 달려간다.
그리고 마지막....엔딩 크레딧과 함께 흘러나오는 노래...
개를 기른 이유는 환생이라 생각하고픈
소녀의 소꿈장난 같은 놀이
햇볕에 연지색으로 변한 너무 큰 샌달과
엄마가 끼얹은 물에 젖은 비키니가 너무 화려해
언제부턴가 익숙해진 나선계단
겹겹으로 쌓인 구름도 그대로 있네
백지지도를 메우고 싶었는데.
고토토이 다리에 첫사랑을 빠트려 버린 소녀
어른스런 표정으로 돌아봐
결실도 맺지 못하는 땀이
이제 겨우 서향 꽃을 피운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행복해
흔들리는 사이로 언뜻 보이는 푸른 빛
흘러가버린 게 누구였더라
기쁨과 외로움이 하나가 되는
집으로 가는 길에 생각에 잠긴다
나를 지켜준 아버지를 대신한
어제라는 날이
한 꺼풀 한 꺼풀 벗겨진다
당신 앞에서
상처받기 쉬운 나이지만
언제 이뤄질지도 모르는 꿈
좋은 일 같은 거 없어도 좋아
있으면 좋겠지만.
흔들리는 사이로 언뜻 보이는 푸른 빛
흘러가버린 게 누구였더라
기쁨과 외로움이 하나가 되는
집으로 가는 길에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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